일본‧홍콩 사태 등으로 최악의 위기 맞았지만 여행 생태계 변화 시작

여행업계의 올 한 해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해였다. 지난해 하반기 고전을 면치 못한 국내 여행업계의 위기는 올해 절정을 맞았다. 상반기 회복 조짐을 잠시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최악의 위기'가 시작됐다.
가장 큰 악재는 지난여름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었다. 반일 감정이 확산하면서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인 일본으로의 여행상품 예약 취소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월과 11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 이상 수요가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범죄인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시위가 확대되면서 홍콩으로의 여행도 어려워졌다. 여기에 경기불황이 겹치며 여행심리가 위축되는 상황도 추가되며 여행 한파가 불었다.
그렇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여행업계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패키지여행이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한 자유여행, 혹은 자유+패키지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객 맞춤형 상품까지 선보였다.
일본과 홍콩으로의 여행이 감소하면서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인기 여행지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다. 베트남 다낭 등이 인기 여행지로 손꼽히고 캐나다 등 북미로의 여행도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지도 역시 크게 달라졌다. '외국에서 한 달 살기'와 '호캉스(호텔+바캉스)' 등도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갑질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OTA(온라인 여행사)의 성장도 반가운 점이다. 이들은 스마트폰 대중화에 맞춘 앱 시스템을 바탕으로 가격 비교(메타 검색)는 다양한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행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웠고 여행 생태계 변화를 부추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여행심리가 위축되고 악재가 겹치며 올해 여행업계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당장은 어려움이 계속 되겠지만 여행 생태계가 변화하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