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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M&A 조건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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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M&A 조건부 승인

"경쟁 제한과 이용자 이익 저해 정도가 합병을 불허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케이블TV결합상품 차별금지·알뜰폰 유무선 결합상품 동등 제공 전제
방송 합병 변경허가·심사위원회 심사…방통위 사전동의 절차만 남겨
SKB(14.70%)+티브로드(9.33%)로 합병회사 유료방송 점유율 24.03%

30일 서울 광화문 서울정부청사에서 홍진배 통신정책관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인수합병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30일 서울 광화문 서울정부청사에서 홍진배 통신정책관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인수합병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브로드밴드(SKB)와 티브로드 간 인수합병(M&A) 요청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로써 정부는 지난 13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에 이어 올해 제출된 유료방송 시장을 재편할 M&A 건을 모두 승인했다. 당초 SKB와 티브로드 간 기업 결합 심사는 연내 발표하기 힘들 것이란 지배적 전망과 달리 이같은 신속한 처리 결과가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3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M&A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두 기업 간 합병은 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SKB는 합병기일을 새해 4월 1일로 잡은 상황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월 티브로드와 기업을 결합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이 날 두 기업 간 M&A를 허가하는 대신 SKB 모기업인 SK텔레콤에 ▲케이블TV 결합상품 차별 금지 조건 ▲알뜰폰 유무선 결합상품 동등 제공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아울러 방송과 관련해서도 ▲공정지역성 시청자 권익 보호 사회적 책무 이행 조건은 물론 ▲IPTV 사업자와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최초 합병 사례인 만큼 회계, 서비스 차별 방지, 콘텐츠 등 세부 조건도 부과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인수합병 전후 결과. 자료=과기정통부이미지 확대보기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인수합병 전후 결과. 자료=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두 기업 간 인수합병에 대해 경쟁 제한과 이용자 이익 저해 정도가 합병을 불허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승인을 허가하되 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건은 통신분야와 방송분야에 모두 적용된다. 다만, 방송분야의 경우 방통위의 사전 동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진 않았다.

인가조건 부과 전후. 자료=과기정통부이미지 확대보기
인가조건 부과 전후. 자료=과기정통부

■통신분야, 경쟁 이통사와 알뜰폰 사업자경쟁력 약화 방지위해 결합상품 3사 동등 제공 등 부과

일단 통신분야에서는 다른 이통통신사업자와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TV와 이통 서비스 간 결합상품의 3사 동등 제공, 결합상품 할인 반환금 폐지 등 조건이 부여됐다.

이에 합병 후 새로운 통합법인이 사업을 영위할 23개 케이블TV 권역(현재의 티브로드 서비스 권역)에서의 무선서비스 결합상품 구성은 SKT와 KT, LG유플러스 모두 동일해야 한다. 과기부는 이를 통해 경쟁사업자도 새롭게 이동전화-케이블TV 결합상품 구성을 가능하게 해 SKT의 이동통신시장 지배력 유지·강화 우려를 해소하고, 케이블TV 활성화와 이용자 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뜰폰 사업에 대한 조건도 부과됐다. SKT망을 이용하는 모든 알뜰폰 사업자에게 현재 SKT에 제공하는 유무선 결합상품을 똑같이 제공하도록 했다. 현재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는 유선서비스를제공하지 않고 있어 유무선 결합상품이 저조했다. 이번 M&A 조건으로 알뜰폰 업계의 경쟁력 향상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에 더해 합병 이후 SKT 사단의 유무선 결합상품 시장 장악력 강화를 일부 상쇄하기 위한 조건도 부과됐다. SKB는 합병일로부터 3년 이내에 신규 가입하거나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1회에 한하여 결합 해지에 따른 할인 반환금(위약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외 케이블TV 가입자를 SKT 결합상품으로 전환하도록 부당한 강요를 하거나 경품 지급 차별 행위 등을 방지하는 조건도 마련됐다. 또 두 기업의 주요 인프라를 공동활용해 통신재난관리계획을 보완하는 조건과, 2022년까지 농어촌 등 음영지역 초고속인터넷 커버리지 확보 계획을 마련해 시행하라는 조건이 부여됐다.

■과기부, "급변하는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서 규모의 경제 확보노력 감안 조건부 승인"

방송분야에서는 IPTV법, 방송법에 따른 심사가 진행됐다. 심사 결과 이번 M&A는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방송통신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혁신 원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조건부 승인하겠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과기부는 밝혔다. SKB와 티브로드 간 기업결합은 지난 LG유플러스와 CJ헬로와 달리 합병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과기부는 세부 조건 사항을 일단 방통위에 제출해 사전동의를 요청한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심사에선 지난 LGU+의 CJ헬로 인수 과정에서 논의됐던 방송의 공정성‧지역성, 시청자의 권익보호, 사회적 책무이행(공정경쟁, 상생협력, 고용안정 등) 등과 IPTV가 케이블TV사업자를 합병하는 최초 사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IPTV와 SO간 회계구분, IPTV와 SO간 서비스 차별방지, 콘텐츠에 대한 투자 확대 등에 관한 면밀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를 담보하기 위한 조건들이 폭넓게 논의‧결정됐다. 과기정통부는 방송법에 따른 변경허가 2건에 대해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할 예정이며, 향후 방통위의 의견을 반영해 변경허가에 대한 조건 등 상세한 심사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과기부의 심사 결과 발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듯이, 방통위의 심사 역시 새해 1월 중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통위는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인수합병 사전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한편, SK스토어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에 대해선 상생협력 강화 필요성과 데이터홈쇼핑 도입 취지 등을 고려해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편성 비율, 데이터방송 활성화를 위한 투자계획 수립 등에 관한 조건을 부과해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도 변화하는 방송통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의 자발적 구조개편 노력에 대해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과 이용자의 편익 향상, 방송의 공정성 제고 등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가·허가 등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과기부 결정에 대해 SKT는 "과기정통부 관계자와 전문가 심사위원단의 결정을 존중하며, 향후 방통위 사전동의 심사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면서 "합병법인은 국내 미디어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유료방송 사업자로서의 공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해 1월 께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두 기업은 향후 이사회 보고와 승인, 주주총회 등 절차를 밟아 합병 법인을 공식 출범하게 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이들의 영향력은 한 층 더 커진다. 지난 상반기 기준 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은 14.70%(가입자 485만5575명)이었으며, 티브로드는 9.33% (308만 2949명)으로 총 24.03%(793만 8524명)가 된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