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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9억초과 고가주택자 '전세대출 봉쇄'...기대와 우려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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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9억초과 고가주택자 '전세대출 봉쇄'...기대와 우려 혼재

20일 이전 대출자 '주거불안' 감안 직장이동·자녀교육 예외 뒀지만 "비현실적"
서울 9억초과 아파트 37%..."갭투자 감소 기대, 전세품귀 전셋값 상승 우려" 전망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붙은 대출 안내문을 길 가는 행인이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붙은 대출 안내문을 길 가는 행인이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부터 시가 9억 원 초과 고가주택의 보유자에 전세대출이 전면 차단된다.

다만, 직장 이동이나 자녀교육 등 실수요의 이유로 보유주택이 있는 시‧군을 벗어나 전셋집에 거주해야 하는 고가 주택자에겐 전세대출이 허용된다.
지난주 금융위원회는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의 추가 조치로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같은 공적보증에 이어 민간보증인 SGI서울보증의 고가주택 보유자 전세대출 보증도 제한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 직장이동·자녀교육 이유 소재지 시·군 벗어난 지역 전세대출은 가능


정부는 앞서 지난해 10·1 대책에서 고가주택 보유자에 공적보증을 이미 차단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20일 이후 9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가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보증을 받아 고가주택을 매입하거나, 다주택자가 되면 해당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다만, 20일 이전 전세대출보증을 받아 20일이 지나서 고가주택을 취득하거나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는 전세대출 즉시회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만기에 따른 대출연장을 받지 못한다.

아울러 상속으로 고가주택을 취득하거나 다주택 보유자가 될 경우에도 전세대출기한이 끝날 때까지 대출회수를 유예받는다.

또한 20일 이전 전세계약을 맺은 고가주택 보유자는 전세계약 사실, 전세계약금 납부를 입증해야 적용 예외를 인정받아야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이미 전세대출보증을 이용 중인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만기에 따른 대출보증 연장을 허용하되, 전셋집을 옮기거나 전세대출을 증액할 경우 ‘신규대출’로 규정해 만기연장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SGI서울보증 전세대출보증을 이미 이용 중인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출중단으로 갑작스런 주거불안을 없애기 위해 20일 기준 시가 15억 원 이하 고가 1주택자가 전셋집 이사를 증액없이 대출을 재이용하면 오는 4월 20일까지 1회에 한해 보증이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세대출보증 제한의 추가조치로 전세대출을 받는 사람은 대출약정 때 ‘고가 주택을 취득하거나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 대출이 회수됩니다’라는 내용의 추가 약정서를 써야 한다.

◇ 서울지역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 37%…서초 93%, 강남 92%, 용산 82% 순


금융위 측은 고가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 위반자가 2주 이내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고가주택 취득을 자진신고하더라도 계약 위반으로 간주, 앞으로 3년 동안 주택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동시에 전세대출 규제를 위반해 대출이 회수되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2주 이내 대출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곧바로 연체정보 등록과 함께 금융권 정보공유로 위반자의 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KB부동산의 주택 시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에서 9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비율은 37.1%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 3채 중 1채꼴로 이번 고가주택자 전세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특히, 시세 9억 원 초과 주택은 서초·강남·송파구와 마포·용산·성동구에 몰려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세 9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비중이 50%를 넘는 지역은 서초(93%)·강남(92%)구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용산(82.2%)·송파(79.3%)·광진(62%)·성동(60.2%)·양천(53.3%)·마포(53.4%) 순으로 고가주택 비중이 높았다.

서울 기준으로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전셋대출 규제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이른바 ‘갭투자자’들에게 직격탄이 떨어져 다가올 봄 이사철의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규제는 갭투자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시켜 준 것으로 갭투자가 줄어들면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도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전세자금 대출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임대차시장도 전세보다 반전세나 월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박 전문위원은 진단했다.

◇ 전문가 “갭투자 줄겠지만 전세품귀로 봄이사철 전셋값 상승…‘교육 불공정’ 우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전세대출 만기 시 연장이 불가한 고가주택 보유자는 본인의 자가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에 거주하던 임차인도 연쇄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되면 ‘전세물량 품귀’ 현상을 빚어 봄 이사철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세시장의 불안을 우려했다.

‘교육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규제로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부자들만 소위 ‘명문학군’ 지역에 몰리면서 자녀 교육에 유리한 환경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록 이번 조치에서 고가주택자가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등 실수요 때문에 보유주택이 있는 시‧군을 벗어난 지역에 전셋집에 얻을 경우 대출보증을 예외로 허용하더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자녀 교육으로 거주지를 타지역으로 옮기는 사례가 대부분 주택 소재지 대도시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유주택의 소재지 이외의 시·군으로 예외를 둔 조항은 별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 자기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집값이 비싼 강남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자녀의 학군문제로 이동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규제는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부자들의 자녀교육 특혜로 이어져 교육 불공정성 문제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