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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4명 '해수부 출신', 인천항만공사 또 '해피아' 회전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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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4명 '해수부 출신', 인천항만공사 또 '해피아' 회전문 사장?

최준욱 전 해양정책실장 신임사장 내정, 16일 임명 소식에 인천여론 "적폐인사" 반발
역대 5명 중 4명이 주무부처 관료 비판 높아...부산·울산·여수 항만공사는 전문가 영입

인천항만공사 신임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최준욱 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사진=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 신임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최준욱 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사진=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 신임 사장에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가 내정되자 지역 여론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더이상 인천항만공사 사장직이 '해양수산부 출신 고위관료'를 위한 회전문 자리가 되어선 안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와 업계에 따르면, 남봉현 전임 인천항만공사 사장 후임에 최준욱 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이 내정돼 오는 16일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인천항만공사 제6대 사장에 해수부 출신 최 전 실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며 "또 해수부 낙하산으로 결론날 것으로 보여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인천항만공사 사장에 '해피아(해수부+마피아)' 출신의 퇴직 관료가 당연직으로 임명되는 적폐가 근절되길 촉구한 바 있다"고 주장하며 "(최 전 실장이 임명된다면) 인천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실망스러움을 넘어 인천지역사회를 무시한 결정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인천지역 여론이 최준욱 내정자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다른 항만공기업의 인선과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국내 4대 항만공기업 가운데 부산항만공사는 한국해양대 교수(물류시스템공학과) 출신의 남기찬 사장을, 울산항만공사는 울산로지스틱 대표인 고상환 사장을 , 여수광양항만공사도 엔시스 이사와 부산항만공사 부사장 출신인 차민식 사장을 나란히 수장으로 받아들였다. 3명 모두 '해운항만 전문가' 출신 CEO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유독 인천항만공사는 전임 5명의 사장 가운데 4명이 '해피아' 출신이었다.

특히, 직전 남봉현 사장은 해수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이었고,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 3개월 가량을 앞두고 돌연 퇴임해 안팎으로부터 비판세례를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남 전 사장은 Sh수협은행 상임감사로 이직하기 위해 퇴임했으나 Sh수협은행 인선 과정에서 '인천항만공사와 주거래은행인 수협은행은 업무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에 발목이 잡혀 취업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신임사장에 내정된 최준욱 전 실장 역시 남 전 사장과 함께 Sh수협은행 상임감사에 공모했다가 통과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측은 "이번 신임사장 선출은 해수부 출신 제5대 사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퇴임해 생긴 문제"라며 "따라서 제6대 사장에는 해수부 출신이 안된다는 지역사회의 문제의식이 높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연대 관계자는 "해수부 출신 인사가 수장이 되는 적폐가 인천항만공사에만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신임 사장에 최 전 실장이 임명된다면 인천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인사인지, 해수부의 꼭두각시로 일할 인사인지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월 28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천경실련)도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인사가 아닌 항만물류 전문성과 지역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해수부장관의 인천항만공사 사장 임명 과정에서 절차상 거쳐야 하는 협의 권한을 적극 행사해 적임자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달 정의당 이정미 의원(비례대표) 역시 인천항만공사 사장 선임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항만공사 사장직은 더이상 해수부 고위직 공무원을 위한 보은인사 자리가 아니다"며 "항만공사 사장은 물류산업과 해양관광산업의 조화로운 추진을 이끌 항만전문가,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남봉현 전 사장과 같은 무책임한 인사가 다시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인천항의 물류와 해양관광산업을 이끌 항만공사 사장에 해수부의 낙하산 인사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인천시민의 여론"이라며 인천항만공사의 해수부 관료 출신 사장 선임 관행을 비판했다.

인천항만공사는 남봉현 사장 퇴임 뒤 지난 1월 2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사장 인선 작업을 벌여 왔다.

당시 최 전 실장을 포함해 박준권 전 해수부 항만국장, 홍경선 인천항만공사 부사장, 최정철 인하대 교수(융합기술경영학부) 등이 유력후보로 거론되면서 '해수부 관료 vs. 항만 전문가' 대결구도를 형성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결국 최 전 실장이 신임사장에 내정돼 곧 선임을 앞두고 있어 인천공항공사의 '해피아 불패(不敗)' 전력을 입증했다.

최준욱 인천항만공사 사장 내정자는 국토해양부 해운정책과장·해양산업정책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해수부 해양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항만업계에서는 그동안 자동차물류 클러스터 구축,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 새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개장 등 인천항 관련 현안이 산적한 만큼 '항만 전문가'가 사장을 맡아 풀어나가길 기대해 왔다.

인천항만공사는 신임 사장 선임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