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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통풍은 줄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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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통풍은 줄었을까?

권혁희 류마앤마디내과 원장
권혁희 류마앤마디내과 원장
발가락, 발목 관절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통풍.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급성 통풍발작이 발병한 환자가 진료실에 멀쩡히 걸어 들어오는 경우는 별로 없을 정도다. 통풍은 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일상화된 요즘 통풍의 발생 빈도는 어떠할까? 회식, 술자리가 줄어든 만큼 이 고통스러운 질환의 빈도도 줄어들었을까?

통풍은 육류, 술 등을 자주 섭취하고 비만이 많은 계층에서 잘 발생하기 때문에 중세 유럽에서는 귀족의 병으로 불렸다. 우리나라도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그 발생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한 최근 연구자료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의 통풍 유병률(2015년 기준)은 2.0%로서 2000년대 초반에 5.17배가 증가했다. 또한 발생율도 최근 10년동안 2.21배로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2명은 통풍을 앓고 있으며, 15년 동안 통풍을 앓고 있는 총 인구가 5배, 새롭게 통풍이 발생한 사람도 2배 이상 늘었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또한 20세 이상의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하는 양상인데 특히 고령일수록 발병이 증가하고 있어 회식자리가 많은 중년 회사원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계절성도 관찰되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급성 통풍 발작이 비교적 여름에 많이 발생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통풍과 음식과의 연관성을 따져보자. 최근 외국인들에게 한류로 인기 있는 ‘치맥’은 통풍환자에 괜찮을까? 통풍은 체내에 요산(uric acid)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발생하는데 요산은 퓨린(purine)이 대사되어 생성되는 물질이다. 이 퓨린은 세포내 DNA를 구성하는 물질로서 퓨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혈중 요산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고기의 내장류, 정어리와 같은 생선들이 있다.

또한 과당(fructose)도 체내요산 생성을 증가시키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콜라, 사이다와 같은 탄산 음료와 오렌지 주스 등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술’인데 간혹 환자들 중에서는 맥주는 통풍에 안 좋으니 대신 소주를 드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정말로 맥주만 아니면 괜찮을까? 정답은 역시 ‘아니오’ 다. 물론 맥주에는 과당까지 섞여 있어서 통풍에는 최악임이 분명하지만 알코올 성분이 간의 요산 합성 및 신장의 요산 배설을 억제하기 때문에 모든 술이 체내 요산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술 중에서는 그나마 와인이 통풍을 발생시킨다는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안심할 수는 없다.

그러면 술, 고기, 탄산음료만 절제한다면 통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런 음식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통풍이 발생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왜 나는 통풍이 생기는 것일까? 이는 요산의 배출, 즉 신장의 요산 배설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요산의 배설은 신장이 70%를 담당하는데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아무리 음식을 절제해도 요산이 몸에 축적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성 콩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중에서 통풍으로 같이 고생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장 전체의 기능이 나쁘지 않더라도 요산 배설능 자체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생활·식이 습관만 조절해도 통풍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일부 주장들이 있는데 이러한 기전을 이해한다면 식생활 조절 만으로는 이 병을 조절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통풍은 줄어들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근거가 될 명확한 통계 자료는 없다. 하지만 음주 후에 발생한 급성 통풍발작으로 내원한 환자는 미약하게나마 좀 줄어든 느낌이다. 통풍의 위험인자를 고려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발병 빈도가 감소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일상을 포기한 결과기는 하지만 코로나가 남긴 그나마 몇 안되는 긍적적인 효과라고나 할까. 이번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역설적으로 자연환경도 좋아졌듯이 통풍도 잠시 쉬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혁희 류마앤마디내과 원장(전 한양대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