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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열병합발전소, 주민 반대 넘었더니 지자체가 '발목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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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열병합발전소, 주민 반대 넘었더니 지자체가 '발목잡기'

지역난방공사, 고형연료 환경기준 통과로 가동 눈앞....나주시 "광주시 반입 내용 없었다" 돌연 불허 입장 다시 난관
"반입 타진 의사 물을땐 반대 않다가 이제 와서" 공사 당혹...업계 "가동중단 손실 분산시키려는 나주시 꼼수" 지적
정부, 발전소 추진 당시 고형연료 신재생에너지 장려...완공 뒤 제외시켜 혼란 야기 "정책 일관성 부재도 한몫"

전남 나주시 신도산업단지 내 위치한 한국지역난방공사 SRF 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전남 나주시 신도산업단지 내 위치한 한국지역난방공사 SRF 열병합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전남 나주시 신도산업단지 내에 설립한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가 천신만고 끝에 지역주민의 반대를 무마하고 운영을 눈 앞에 두는 듯 했으나 이번엔 나주시에 발목에 잡혀 다시 표류 위기에 놓였다.

지역난방공사는 7일 최근 나주시의 'SRF 열병합발전소 사업개시 불허' 방침에 반발해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나주시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공사와 나주시·광주광역시에 따르면, 나주시는 지역난방공사가 광주시의 고형연료를 반입하려는 것은 당초 제출된 사업계획서에 없던 내용이라며 발전소 가동 개시에 앞서 입주계약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지역난방공사는 사업계획서 제출 전후에 나주시가 광주시로부터 고형연료 반입을 이미 동의했기에 입주계약 변경 없이 곧바로 사업개시를 허가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는 지역난방공사가 지난 2007년부터 추진해 2014년 공사를 시작하면서 총 2700억 원을 들여 2017년 12월 준공을 마쳤다.

SRF는 가연성 생활쓰레기 중 다이옥신 발생 우려가 높은 PVC나 폐고무류 등을 제외한 쓰레기를 압축해 만든 고형연료로, 노무현 정부 때 주목받기 시작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신재생에너지로 지정됐다.

그러나 준공 3개월을 코 앞에 둔 2017년 9월 시험가동에 들어가자 지역 주민들이 두통·구토 등 증세가 나타났다며 발전소 가동 반대운동을 벌였다.

이후 정부·지자체·지역난방공사·주민대표로 구성된 4자 민관합동 거버넌스위원회는 10여 차례 회의 끝에 지난해 9월 주민 참여를 전제로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기로 했고, 지난 4~5월 기간에 하루 440톤씩 SRF를 투입하는 시험가동과 본가동을 통해 환경영향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지난 7월 거버넌스위원회 환경영향조사전문위원회가 대기오염물질·악취·폐수 등 6개 분야 66개 항목에서 모두 법적 환경기준에 적합하다고 결론내면서 기나긴 논란을 종식시켰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SRF 열병합발전소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에 비해 질소산화물만 약간 높을 뿐 일산화탄소·황산화물·먼지 등은 LNG발전소 배출허용기준보다도 낮고, 다이옥신도 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 기준보다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민대표로 참여했던 주민대책위원회는 거버넌스위원회를 탈퇴해 차량시위 등 산발적인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주민 반발을 넘은 지역난방공사는 나주 열병합발전소의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보상 문제를 놓고 나주시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최종합의가 불발되자 거버넌스위원회 합의에 따라 지역난방공사는 이달 1일부터 발전소 가동의 재량권을 부여받았다.

문제는 거버넌스위원회 합의에 서명했던 나주시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사업개시 불허 방침을 선언하면서 나주 열병합발전소 운영이 다시 틀어질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나주시는 "지역난방공사는 2014년 4월 산업단지 입주계약 체결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목포·순천·나주에서 생산된 SRF를 일일 225톤 사용하기로 했는데, 이제 광주시 SRF도 사용하겠다는 것은 '산업 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입주계약 변경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입주계약을 변경하지 않고 발전소 가동을 강행한다면 강력한 행정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가 광주 SRF 반입을 승인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맞서 지역난방공사는 나주시가 2013년 8월 30일 공문을 통해 광주 SRF 사용을 동의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9월에는 '광주 SRF 사용' 내용이 담긴 '고형연료제품 사용신고서'를 수리했다고 공사는 강조했다.

거버넌스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나주시가 광주 SRF 반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광주시에는 밝혔지만, 정작 지역난방공사에는 밝힌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혀 지역난방공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당초 계획과 달리 목포·순천·나주 지역의 SRF만으로는 공급량이 부족해 광주시가 광주지역 SRF 생산업체를 선정하고 지역난방공사가 해당업체와 수급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나주시에 광주업체 SRF의 나주 반입을 문의했을 때 아무런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게 공사측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주시가 광주 SRF 반입을 이유로 사업개시 허가를 미루는 이유 배경에는 수 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가동중단 손실을 일부나마 지역난방공사와 광주시에 분담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추진 당시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던 SRF는 발전소 완공 이후인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도 불필요한 갈등과 손실을 불러일으킨 중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