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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간 그룹성장 이끈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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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간 그룹성장 이끈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 별세

향년 95세…화학·포장·의약바이오 사업 진출로 그룹 키워

국내 재표 장수 기업인 삼양그룹을 이끌어온 김상하 명예회장이 20일 별세했다. 사진=삼양그룹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재표 장수 기업인 삼양그룹을 이끌어온 김상하 명예회장이 20일 별세했다. 사진=삼양그룹
국내 대표 장수 기업인 삼양그룹을 이끌어온 김상하 명예회장이 20일 오후 2시 향년 95세로 타계했다. 그는 72년간 경영 현장을 누비며 우리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 등 사회 전반의 발전에 헌신한 경영인이다.

김 회장은 삼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수당 김연수 선생의 7남 6녀 중 5남으로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49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삼양사에 입사한 후 형님인 고(故) 김상홍 명예회장과 함께 부친을 모시며 정도경영과 중용을 실천하며 오늘의 삼양을 만들었다.
고인은 1950~1960년대에 삼양사의 제당, 화섬 사업 진출을 위해 기술 도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울산 제당 공장, 전주 폴리에스테르 공장 건설을 이끌었다. 삼양사 사장과 회장을 역임하면서 폴리에스테르 섬유 원료인 TPA,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분과 전분당 사업을 추진해 식품과 화학 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1996년 회장 취임을 전후해서는 패키징, 의약바이오 사업도 시작했다.

특히 김 회장은 삼양사가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기술, 설비 도입과 공장 건설 등을 도맡으며 선봉에 섰다. 1952년 제당사업 진출 당시 울산 건설 현장의 군용 양철 슬레이트로 지은 간이숙소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사에 매진한 얘기는 유명한 일화다

여기에 고은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하는 혜안으로 잘 알려졌다. 1990년대 국내 화섬업계가 신설, 증설에 경쟁적으로 나설 때 사업의 한계를 예상한 김 회장은 삼양사의 화섬사업 확대 중단을 선언했다.

훗날 외환 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혜안에 감탄했다. 고인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임원에게 기업 환경이 일시적으로 악화됐다고 직원들을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며 인원 감축을 백지화시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경영에 매진하는 한편 2010년 양영재단, 수당재단, 하서학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인재 육성과 학문 발전에도 기여했다. 투병을 시작하기 전까지도 매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삼양그룹 본사로 출근해 재단 활동을 직접 챙기며 장학사업과 학문 발전에 애정을 쏟았다.

고인은 대한상공회의소장, 대한농구협회장,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한일경제협회장, 환경보전협회장을 비롯해 100여 개의 단체를 이끌며 경제, 체육, 환경,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발전에 헌신했다.
1988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함한 후 12년간 재임해 최장수 회장으로 기록됐으며 대한농구협회장도 1985년부터 12년간 맡아 한국 농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1975년), 국민훈장 무궁화장(2003년) 수훈을 비롯 자랑스런 전북인상(2008년)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박상례 여사와 아들 원(삼양사 부회장)·정(삼양패키징 부회장)씨 등 2남이 있다. 삼양그룹은 고인의 유지를 따르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조문을 비롯 조화,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전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이며, 발인은 22일 오전 8시20분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