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CJ대한통운 실적 제외)은 전년 대비 10.9% 늘어난 14조 1637억 원, 영업이익은 73% 늘어난 1조 415억 원이다. CJ제일제당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 식품 매출은 약 9조 원으로, 이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해외에서 나왔다.
◇'글로벌 기업'을 위한 '통 큰 베팅'
CJ그룹이 항상 강조하는 것은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슈완스 인수였다. 슈완스는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회사로 18개의 브랜드를 가진 대형 식품기업이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슈완스 인수를 위해 1조 5000억 원의 금액을 투자했다. CJ그룹은 다수의 인수합병을(M&A)을 진행해왔지만 1조 5000억 원 규모의 거액을 한 번에 쏟아부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초기 부채 비율이 200%에 가까워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로 매출을 늘리고, 유통채널을 확보해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우려도 잠시 슈완스는 CJ의 일원이 된 뒤 아시안 푸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슈완스는 아시안 푸드 시장에서 전년 대비 약 5%p 늘어난 24.3%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슈완스의 아시안 브랜드(PAGODA, MINH 등)와 비비고의 시너시가 구체화되면서, 기존 1위였던 아지노모토를 제치는 성과를 거뒀다.
◇제품 경쟁력과 유통망의 시너지 효과 '톡톡'
슈완스는 지난해 미국 내 주요 냉동식품 기업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28.6%, B2C 냉동식품 기준)을 기록하며, 타이슨 푸드(25.1% 성장)를 따돌리고 성장률 1위에 올랐다. 네슬레는 11.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아시안 푸드의 확대가 기존 주력 제품인 피자의 안정적인 성장에 힘을 보탠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양사의 일반 소비자 시장(B2C) 유통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미국 전역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3만 개 이상 점포에서 K-푸드 비비고를 비롯한 아시안 푸드 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비비고 만두의 경우, 기존 코스트코 중심의 유통에서 미국 대표 유통채널인 월마트 대부분 매장에 입점됐고, 대형마트인 크로거·타깃뿐 아니라 푸드시티·하이비 등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입점 매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안 푸드 중심으로 안정적 성장
슈완스는 CJ제일제당과 함께 아시안 푸드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슈완스는 작년부터 유통채널에 비비고, 파고다 등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아시안 냉동식품 구역을 별도로 구성한 ‘아시안 데스티네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 냉동식품 시장에서 아시안·에스닉 푸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관심과 인기를 끌면서 효과는 커졌다. 아시안 데스티네이션을 도입한 점포가 그렇지 않은 점포보다 아시안 냉동식품 매출이 61%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면서 차세대 핵심제품 발굴에 힘쓰고, 냉동·상온 가정 간편식(HMR)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오는 2025년 미국 내 식품 매출 6조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슈완스 인수는 외형적인 성장뿐 아니라 두 회사의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이 결합된 ‘윈-윈(Win-Win)’ 사례로 의미가 깊다”면서 “CJ제일제당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식품제조 연구개발(R&D) 역량과 노하우와 슈완스 영업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최고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