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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농심, 해외서 더 잘나가는 '신라면'… 한국의 매운맛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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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농심, 해외서 더 잘나가는 '신라면'… 한국의 매운맛 '통했다'

수출 34년 만에 국내 매출 제쳐 3분기 국내외 매출 6900억
1987년 이후 생산기지와 법인 설립으로 안정적 공급망 구축
코로나19 시국 고려해 SNS·버스·전차 활용해 마케팅 활동 전개

유통업계가 기존 사업의 효율성과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가듯, 끈질기고 우직하게 해외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가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우보천리(牛步千里)]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농심 신라면의 1~3분기 해외 매출이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사진=농심이미지 확대보기
농심 신라면의 1~3분기 해외 매출이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사진=농심


농심 ‘신라면’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매운맛으로 우뚝 섰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농심 신라면의 해외 매출은 1986년 제품 출시 이후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실제로 신라면의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은 총 6900억 원으로 이중 해외(3700억 원) 매출 비중은 53.6%에 이른다. 지금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신라면은 올해 해외 매출 5000억 원을 포함해 총 9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며 연 매출 1조 원 달성도 머지않았다고 농심 관계자는 전망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와 해외를 합친 신라면의 누적 매출은 약 15조 원인데, 이는 국내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중 최초이자 최고의 기록이라고 농심 측은 덧붙였다.

◇ 신라면, 어떻게 세계인을 사로잡았나?


농심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사진=농심이미지 확대보기
농심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사진=농심


농심은 국내에서 30년간 1등 브랜드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농심의 상징인 신라면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농심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이 주효했다.
신라면은 출시 이듬해인 1987년 수출을 시작하며 세계무대로 나섰다. 앞서 1971년부터 미국 LA지역에 라면을 수출하며 해외시장에서 발을 넓혀오던 농심은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들고 나가 정면승부를 펼쳤다.

특히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해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청도공장(1998년), 중국 심양공장(2000년), 미국 LA공장(2005년)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농심재팬(2002년)과 농심호주(2014년), 농심베트남(2018년), 농심캐나다(2020년) 등 세계 각국에 판매 법인을 세워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춤으로써 현지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1999년에는 바둑에 열광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창설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현지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현지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다.

그 결과 신라면은 2014년 이후 여러 차례 중국 인민일보 인민망이 선정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한국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4000여 곳)에 입점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연이어 승전고를 울리며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식품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처럼 신라면은 최근 수년간 국내 라면시장이 성장의 정체를 겪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몸집을 키워왔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에 외식보다 내식을 선호하는 ‘홈쿡(Home cook)’ 유행이 번지면서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신라면이 주목을 받았다.

신라면은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꼽히며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고,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평을 받으며 세계인이 즐겨 찾는 식사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 시대 흐름에 발맞춘 글로벌 홍보 전략


농심은 올해 캐나다에서 버스를 활용해 신라면을 홍보했다. 사진=농심이미지 확대보기
농심은 올해 캐나다에서 버스를 활용해 신라면을 홍보했다. 사진=농심


올해 농심은 이러한 여세를 몰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광고와 홍보 활동을 하며 성장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면 마케팅 활동의 제한이 있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신라면을 알렸다.

미국에서는 ‘신라면의 맛있는 본능(Instinct of Delicious - Shin Ramyun)’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광고를 선봬 유튜브 조회 수 1400만 건을 달성했고, 캐나다에서는 버스와 노면 전차 광고를 만들어 전파했다.

농심은 올해 캐나다에서 노면 전차 광고를 만들어 전파했다. 사진=농심이미지 확대보기
농심은 올해 캐나다에서 노면 전차 광고를 만들어 전파했다. 사진=농심


또 농심은 코로나19의 확산과 도시 봉쇄로 현지 식품업체의 공급이 어려워진 아시아 국가에서는 인플루언서, 셰프와 함께 신라면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SNS에 공유하는 등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세와 유통 상황에 발맞춰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농심은 이번 성과를 새로운 도약의 전기로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연말 미국 제2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공급량을 늘려 더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에서 신라면의 맛과 품질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신라면의 해외 매출을 꾸준히 끌어올려 수년 내 회사 전체 매출 중 해외의 비중을 50%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