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화이트데이'는 한국 게임, 공포 게임에 대한 당시 게이머들의 편견을 깬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원작 발매 20주년 직후인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의 기대감을 부수는 데 집중했다.
아울러 원작 게임의 중요 요소였던 귀신과 부적은 원작이 아닌 일본 게임사 캡콤 '바이오하자드'를 연상시키는 좀비들과 코나미 '캐슬바니아' 시리즈에서 본 듯한 불 타는 채찍으로 대체됐고, 구시대로 회귀한 듯한 조악한 CG나 음질은 "이런 식으로 20년전 원작을 떠올리게 할 셈인가"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원작을 반영하지 않은 영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2년 전 대만에서 나온 '반교: 디텐션'은 원작 게임을 상당히 많이 각색했음에도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교'보다는 게임이라는 요소에 집착하다 영화 자체의 짜임새가 무너졌다는 혹평을 받은 2014년 일본 영화 '아오오니'에 가까웠다.
공포 영화를 두고 흔히 '여름이나 할로윈 한 철 장사'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게임 원작 영화 역시 '원작 팬들은 어차피 봐준다는 마음으로 대충 만들었겠지'하는 식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깨트린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는 정작 이러한 선입견을 부수지는 못할 듯 싶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