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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 핵심 '메타버스', 불 붙은 게임사들 '주도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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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 핵심 '메타버스', 불 붙은 게임사들 '주도권 다툼'

VR·AR·모바일 산업 통합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출범
협회 주요 임원사로 꼽힌 카카오게임즈·위지윅스튜디오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 툴 '메시(Mesh)' 소개 동영상 중. 사진=마이크로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 툴 '메시(Mesh)' 소개 동영상 중.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네트워크 상에 구현된 현실에 가까운 세계를 일컫는 신조어 '메타버스'가 어느새 IT 산업의 맹아로 자라났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연달아 메타버스를 핵심 키워드로 지목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여러 곳에서 신사업을 이끌기 위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설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대표는 지난 28일 "메타버스를 우리의 주력 사업으로 삼겠다"며 상호를 '메타'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물론 VR(가상현실) 기기 제조사 오큘러스를 핵심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연달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대표가 이달 3일 "물리적 세상,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AI(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메타버스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MS는 '애저'등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은 물론 VR 게임 전문사 '제니맥스 미디어'의 모회사다.

해외 대형 업체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말 코엑스에서 주최한 한국전자전에서 '메타버스 컨퍼런스 코리아 2021'가 개최돼 MS 코리아, PC 전문 제조사 레노버(Lenovo) 관계자 등은 물론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온마인드 등 메타버스 관계 업체들이 모였다.

연달아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KoVRA)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MOIBA)가 지난 7월부터 '메타버스'를 위한 통합을 추진해온 끝에 지난 9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K-META)를 출범했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콘텐츠로 불리는 오픈월드 플랫폼 '제페토' 이미지. 사진=네이버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대표 메타버스 콘텐츠로 불리는 오픈월드 플랫폼 '제페토' 이미지. 사진=네이버
◇ 카카오게임즈·컴투스, 자회사 넵튠·위지윅 앞세워 신사업 추진


이용자들에게 유명한 메타버스 콘텐츠가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이다보니, 자연스레 메타버스 업체 중 상당수가 게임과 관계가 깊다. 실제로 K-META는 협회 임원사로 SKT, KT, LG 등 이동통신3사와 '제페토'를 서비스 중인 네이버 외에도 카카오게임즈, 위지윅스튜디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한빛소프트 등을 선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3일, '비욘드 게임(게임을 넘어서다)'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재미를 선보이기 위해 스포츠, 블록체인과 더불어 메타버스 분야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메타버스 사업의 주축으로 지목된 것은 카카오게임즈 핵심 자회사 넵튠이다. 넵튠은 앞서 언급한 온마인드를 지난해 말 인수, 버추얼 휴먼 '수아'를 앞세워 가상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든 이래 딥스튜디오, 펄스나인 등 가상 아이돌 관련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고 맘모식스, 퍼피레드 등 온라인 플랫폼 사를 인수해왔다.

'넵튠'을 앞세운 카카오게임즈의 유력한 라이벌은 위지윅스튜디오 모회사 컴투스다. 송병준 컴투스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부터 위지윅의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며 위지윅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시장 공략에 착수했다.

위지윅은 CG(컴퓨터 그래픽), VFX(시각특수효과) 기술로 유명한 콘텐츠 제작사다. 영화 '승리호', '마녀', '뮬란' 등의 CG 작업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 다른 K-META 임원사인 AR(증강 현실) 전문사 시어스랩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넵튠 산하 온마인드 '수아'(왼쪽)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넵튠 산하 온마인드 '수아'(왼쪽)와 스마일게이트 '한유아'. 사진=각 사
◇ 게임사 대부분 '가상 엔터'에 집중...핵심은 '10만 구독', '킬러 콘텐츠'


카카오게임즈와 컴투스 외에도 여러 회사들이 '메타버스'를 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8월 자회사 넷마블F&C에서 지분 100%를 출자해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각각 '메이플스토리' IP와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에픽세븐' 홍보용 캐릭터로 출발한 버추얼 유튜버 '세아스토리'를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월부터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와 협업해 '포커스 온 유' 여주인공 한유아를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데뷔시켰다.

K-META 임원사에 포함된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는 2018년부터 버추얼 유튜버 '초이', '슈블' 등을 개발한 VR·AR 기술 전문사이며, 한빛소프트는 자사 대표 온라인 리듬 게임 '오디션'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 '오디션 라이프'를 개발 중이다.

국내 게임사나 관계사들이 가상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필두로 여러 방면에서 '메타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 유명 게임은 물론 네이버 '제페토'에 필적할만한 인지도를 얻은 콘텐츠도 없고, 가상 아이돌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유의미한 수치인 10만 구독을 달성한 사례도 싸이더스 '오로지' 외엔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 엔터 사업은 사실상 태동기나 다름 없고, 이는 메타버스라는 용어 자체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으로선 VR, AR 등 다양한 신기술을 일컫는 상위어 개념 수준에 불과한 '메타버스'가 실체를 갖출 수 있도록 업체들이 '킬러 콘텐츠'를 선보여야한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