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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네이버도 '리셀 전쟁'...MZ세대 성향 맞물려 인기 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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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네이버도 '리셀 전쟁'...MZ세대 성향 맞물려 인기 몰이

한정판 제품 재판매 리셀 플랫폼...MZ세대 인식 맞물려 급성장
전 세계 리셀 시장, 2025년 약 7조 규모 전망...국내 5000억 시장 추산
공정위, 플랫폼 불공정 약관 시정 조치...규제 '시동' 거나

취향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는 지난 10월 29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브그즈트 랩'을 열었다. 올해 2월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이은 번개장터의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이다. 사진=번개장터이미지 확대보기
취향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는 지난 10월 29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브그즈트 랩'을 열었다. 올해 2월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이은 번개장터의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이다. 사진=번개장터
백화점‧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 공룡들이 리셀(resell·되팔기)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와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이어 유통공룡 롯데그룹까지 나섰다.

리셀은 한정판 운동화 등 희소성 있는 상품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문화를 지칭한다.
리셀 시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른 재테크 방법보다 안전하고, 크지 않은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MZ세대의 인식과 맞물려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들과는 다른 ‘희소성’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그런 소비를 게임하듯 즐기는 MZ세대의 성향이 리셀과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억눌린 욕구가 보복소비로 발현돼 리셀 시장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확보하기 위한 유통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거래소 ‘아웃오브스탁’과 협업해 영등포점 1층에 관련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에는 유명 브랜드 빈티지 모델, 단종된 명품 시계 등을 모아 놓은 리셀숍 ‘용정 콜렉션’이 있다.

여기에 문을 연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리셀 매장 ‘브그즈트랩’ 1호점의 경우 한정판 운동화를 구해다 진열해 젊은 층의 방문율을 높였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브그즈트랩 1호점에는 지난 2월 문을 연 이후 지난 9월까지 13만명이 몰렸다.
갤러리아백화점도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샵 ‘스태디움 굿즈’와 해외 파트너 협약을 맺고 지난 4월 압구정 명품관 내에 매장을 선보였다.

AK플라자는 비대면 무인 중고 명품 자판기를 분당점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판매자가 모바일 앱에 상품 사진과 가격을 등록한 뒤 무인 자판기 안에 상품을 넣어두면 된다. 구매자는 자판기 결제기에서 값을 지불하고 상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역삼 더 샵스 앳 센터필드에는 지난달 26일 번개장터의 프리미엄 콘셉트스토어 ‘브그즈트 컬렉션’이 들어섰다. 브그즈트 컬렉션은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희소성 있는 중고 명품 제품들로 채운 매장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도 중고 명품 거래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마트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파라바라’와 손잡고 광교점과 양평점 등에 중고거래 자판기를 설치하고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S25는 당근마켓과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이마트24 일부 매장에는 파라바라의 중고거래 자판기가 도입됐다.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10월 자사 온라인쇼핑몰에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대중에 공개했다. 하트마켓은 거래대금 보관, 거래장소 제공, 거래물건 보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안전한 중고거래’를 표방한다.

네이버 스노우가 만든 ‘크림’(KREAM)은 한국 운동화 리셀 플랫폼 중 1위로 꼽힌다. 또 다른 리셀 플랫폼으로는 ‘솔드아웃’(SLDT), ‘리플’(KT알파), ‘아웃오브스탁’, ‘프로그’(힌터) 등이 거론된다.

리셀 플랫폼은 거래가 체결되면 판매자가 검수센터로 상품을 보내고, 사업자의 검수를 통과하면 해당 상품이 구매회원에게 전달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렇게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쳐 리셀 경험의 기회가 다채로워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정판의 가치를 역이용해 정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중고시장에서 재판매하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정판으로 발매됐던 가요 LP들은 미개봉 상태에 정상 판매가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중고 온라인숍에 모습을 드러낸다.

또 리셀시장 성장의 이면에 불공정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건전한 소비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시급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국내 리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5곳에 제재를 가했다. 이는 국내 주요 리셀 플랫폼들이 거래 과정에 생기는 분쟁에 대한 모든 책임을 회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사업자 면책조항'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솔드아웃크림·아웃오브스탁은 공정위로부터 지적받은 수정 약관을 이미 적용했다. 프로그와 리플은 이달 말까지 해당 약관을 수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리셀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가 아예 없지만, 내년부터는 수수료 요율이 생길 예정인 점도 새로운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희소성이 높은 성품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리셀 사업에 대한 전망은 밝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코웬은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60억달러(한화 약 7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리셀 시장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업계는 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