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아파트 동간 거리 축소' 득보다 실?…“비현실적” 논란 확산

공유
4

'아파트 동간 거리 축소' 득보다 실?…“비현실적” 논란 확산

건축법 개정안 시행에 “채광‧조망‧사생활 침해 우려” 반발
정부 "공급 확대 효과"…“건설사만 이득” 국민청원도 제기

아파트 동간 거리가 짧아져 빼곡히 들어서고 있는 인천 지역의 한 신축 아파트 모습. 사진=최환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아파트 동간 거리가 짧아져 빼곡히 들어서고 있는 인천 지역의 한 신축 아파트 모습. 사진=최환금 기자
아파트 단지의 동(棟)과 동 사이 거리에 대한 규제가 일부 완화돼 아파트를 더욱 촘촘하게 지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에 따른 아파트 채광‧조망‧사생활 등이 침해받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입주민의 주거 환경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건축법 시행령’‧‘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이에 새로 짓는 아파트의 동 사이 간격 규제가 완화돼 단지의 동별 배치를 고밀도로 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고층 건물의 남쪽에 저층 건물이 있다면 이 건물 높이의 50%나 고층 건물 높이의 40% 중 긴 거리만큼 띄워야 했다. 서쪽·동쪽이면 고층 건물의 50%가 최소 동간 거리가 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고층 건물의 동·남·서쪽에 저층 건물이 있다면 저층 건물 높이의 50%(최소 10m)만 띄우도록 했다. 다만 고층 건물의 정북쪽에 저층 건물이 위치한다면 이전 규정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이전 규정은 80m 높이의 건물 남쪽에 30m 층 높이 건물을 지으려면 두 건물 간격은 최소 32m를 띄어야 했다. 개정안을 적용하면 이 간격은 절반 이하인 15m로 줄어든다. 동간 거리가 줄어들게 됨에 따라 건물을 좀 더 촘촘하게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완화 규정을 적용해도 사생활 보호 등을 고려해 동간 최소 이격거리(10m)는 유지하도록 했다. 개정안으로 우려되는 채광·조망권 저해·사생활 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아파트 단지 동간 거리 규제가 일부 완화돼 아파트를 더욱 밀도 있게 지을 수 있게 됐다"며 “아파트의 다양한 형태‧배치가 가능해져 조화로운 도시경관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파트 동간 거리는 앞면 낮은 건물 높이의 0.5배나 뒷면 높은 건물 높이의 0.4배 이상 중 큰 거리를 띄도록 돼 있다. 작년 시행된 건축법 개정안에 따라 신축 아파트는 낮은 건물의 0.5배 이상으로 동간 거리를 띄우면 되지만 동 사이의 간격이 좁혀짐에 따라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료=국토교통부이미지 확대보기
아파트 동간 거리는 앞면 낮은 건물 높이의 0.5배나 뒷면 높은 건물 높이의 0.4배 이상 중 큰 거리를 띄도록 돼 있다. 작년 시행된 건축법 개정안에 따라 신축 아파트는 낮은 건물의 0.5배 이상으로 동간 거리를 띄우면 되지만 동 사이의 간격이 좁혀짐에 따라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료=국토교통부

이같은 국토부의 설명에도 정작 수요자 등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아파트 동간 거리가 좁아지면 조망·채광·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동간 거리가 좁아 사생활‧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개정안 시행으로 최근 신축되는 아파트를 보면 마치 동(棟) 사이(동간) 간격이 없는 것처럼 너무 빼곡한 느낌을 받는다. 일반적인 단지의 잔디마당‧중앙광장 등 넓은 공간은 아예 없는 것 같다.

동간 거리는 아파트 각 동과 동 사이 간격이며, 채광‧조망 환경을 감안해 이격 거리를 건축법 시행령‧지자체 조례 등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채광을 가리지 않는 방향에 대해 법적 동간 거리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신축 아파트 단지 동과 동의 간격이 촘촘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동간 거리는 대지 환경·건축물 설계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개정안의 동간 거리는 너무 좁은 것으로 보여 결국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주거 환경의 질을 위한 '건물 높이의 1배' 정도의 이격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동간 거리가 짧아져 빼곡히 들어서고 있는 경기 지역의 한 신축 아파트 모습. 사진=최환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아파트 동간 거리가 짧아져 빼곡히 들어서고 있는 경기 지역의 한 신축 아파트 모습. 사진=최환금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동간 거리 완화 규정을 반대하는 글이 등장했다.

해당 청원인은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주민을 위한 개정이 아니다"라며 “정해진 공간에 동간 거리를 줄이게 되면 결국 (동 수가 많아져) 더 많은 세대수를 분양할 수 있어 가장 좋아할 곳은 건설업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간 거리를 좁히는 만큼 용적률을 높일 수 있어 동일 면적의 가구수가 많아져 공급확대 효과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동간 거리를 기존 1배에서 0.8배 수준으로 조정할 경우 건물 용적률은 약 52%, 0.5배로 조정하면 85%가량 늘어나게 된다. 용적률 247% 이하로 360세대를 짓는 아파트 단지라면 용적률 299% 적용이 가능해 76세대를 더 지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수요자들은 "입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이 아닌 건설사 수익성 확보를 도와주는 결정"이라며 "비현실적인 조치이기에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저층 세대의 일조권 침해 등 불편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동간 거리 완화를 시행한 것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한다"며 "개정안을 통해 얻는 이익이 주민보다 건설업체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환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gcho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