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3배 성능에 제조비 90% 절약까지…"수소차 시대 앞당긴다"

한국재료과학연구원(KIMS) 경량재료연구과 김영민 박사와 서병찬 박사팀은 마그네슘-니켈-주석(Mg-20Ni-Sn) 합금을 개발해 기존 수소 저장 소재보다 3배 이상 성능을 높였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로 기존에 40피트 고압 가스 트레일러에 실려 운반되던 수소와 같은 양을 5t 트럭 한 대로 운송할 수 있게 됐다.
◇ 폭발 위험 제거한 고체 수소 저장 기술
기존 수소 저장 방법은 고압가스 압축(350~700bar) 또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액화 방식을 써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높은 폭발 위험과 과도한 에너지 소비, 자연 증발 손실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마그네슘-니켈-주석 합금은 수소를 금속 구조 안에 단단히 고정시켜 폭발 위험을 근본부터 차단한다. 수소가 금속 수소화물 형태로 저장될 때 우수한 내산화성을 나타내 공기에 오래 노출되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고밀도 마그네슘 상과 마그네슘-니켈 상을 층 구조로 결합하고, 입자 구조를 미세화하려고 소량의 주석을 넣어 반응성을 높였다. 그 결과 빠른 수소 흡수와 탈착이 가능해져 수소 저장 성능이 기존 소재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
◇ 대량생산 가능한 경제적 제조과정 확보
실용화 측면에서 주목할 점은 제조과정의 혁신이다. 기존 방법이 값비싼 분말 야금 기술을 필요로 했다면, 연구팀은 표준 주조를 사용해 벌크 합금을 생산한 다음 약 5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은 금속 칩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개발했다. 이 과정은 대량생산에 적합해 제조 비용을 기존 방법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연구팀은 업계 파트너와 정부 지원 연구기관과 협력해 유도 가열 저장 용기와 실시간 감시 체계도 함께 개발했다. 유도 가열 방식은 용기 안에 저장된 금속 수소화물을 빠르게 가열해 효율적인 수소 흡수와 방출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 기체 저장 방식과 달리 부피 요구사항을 줄여 좁은 공간에서도 고용량 수소 저장이 가능하다.
UST-KIMS 스쿨 연구책임자를 겸하는 김영민 교수는 "이 기술은 특수 장비 없이 수소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최초의 검증된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재생 가능 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원에서 생산된 수소와 연계해 발전소, 전기 자동차, 에너지 저장 체계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적용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마그네슘 및 합금 저널’(Journal of Magnesium and Alloys)를 포함한 3개 저널에 연속 발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기반시설 구축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