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러시아와 거래한 나라에 100% 관세”…중국·인도·브라질 등 정조준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러시아와 거래한 나라에 100% 관세”…중국·인도·브라질 등 정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펜실베이니아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펜실베이니아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멈추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들에 대해 최대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고했다.

이는 러시아와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러시아산 에너지·농산물·무기를 사고파는 제3국까지 제재 범위에 포함하겠다는 뜻으로 중국·인도·브라질·터키·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16일(이하 현지시각) CBS뉴스, NBC뉴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자리에서 “앞으로 50일 이내에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매우 강력한 관세 조치를 하겠다”면서 “관세율은 100%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우방국도 겨냥한 '2차 관세' 경고…러시아 고립 전략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직접적인 대러 제재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를 수입하거나 러시아와 무기·비료 등을 거래하는 제3국에도 똑같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러시아와 거래를 계속하는 국가들이 푸틴의 전쟁 기계를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는 전쟁을 끝낼 궁극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85~90%를 차지하며 러시아 수출의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브라질은 러시아 비료의 최대 수입국이고 UAE는 러시아 자본과 석유 거래의 금융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태국·터키 등도 에너지와 방산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생산하는 첨단 무기를 나토 동맹국에 공급할 계획도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포함한 무기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으며, 독일·스웨덴·네덜란드 등 여러 유럽 국가가 이 프로그램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 러시아 “연극적 최후통첩” 일축…투자자 반응은 '무덤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진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것은 단순한 연극적 최후통첩”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실제로 러시아 투자자들은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가 관세를 즉시 시행하지 않고 50일의 유예 기간을 둔 점, 과거에도 관세 위협을 철회한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이 시장의 안도감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모스크바 증시는 2.7% 상승했고, 루블화 가치도 강세를 보였다.

◇ 中·印 무역 타격 가능성…글로벌 시장 불안정 우려도


중국과 인도 등 주요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에너지·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의회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100% 2차 관세는 미·중 무역 협상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바오청 베이징 국제무역경제대 교수는 “이런 일방적 조치는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국제 협력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2025 러시아 제재법안'을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은 러시아산 석유·가스를 수입하는 국가에 최대 50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면 곧 의회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러시아 경제 직격탄 우려…유럽도 제재 확대 검토


러시아는 수출의 55%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6%에 해당한다. 주요 7개국(G7)의 제재로 수출 마진은 줄었지만 '그림자 선단' 등 우회 수단을 통해 여전히 상당량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2차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경우 석유 수출의 절반이 줄어들며 연간 약 750억 달러(약 104조1000억 원)의 수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키어런 톰킨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 경우 러시아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대한 18번째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정책 고위 대표는 “이달 안에 정치적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