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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에 가려진 ‘뇌관’, 자영업자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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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에 가려진 ‘뇌관’, 자영업자 대출

기업대출 , 전월比 6.3조↑···'꼼수'로 늘어난 개인사업자 대출 영향
코로나19로 악화된 자영업자 대출, 추후 금융권 전반으로 부실 전이될 수도

서울 시내 부동산에 붙은 임대 안내문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부동산에 붙은 임대 안내문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가계대출이 세달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 특히 자영업자 대출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감소한 반면, 다중 채무가 늘어나는 등 부채의 질은 악화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비대해진 자영업자 대출이 추후 금융권 전체의 부실을 촉발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려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이 전월 대비 6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월 기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해당 증가세를 이끈 것은 중소기업대출, 그 중에서도 개인사업자대출이다. 같은 달 중소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5조6000억원이나 증가했으며,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은 2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매월 상승세를 보이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가계대출과 대비되고 있다.

이러한 증가세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가계대출의 우회로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주들이 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규제로 심사 문턱이 높아지자, 기업대출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개인사업자 대출로 선회하는 일종의 '꼼수'가 늘었다는 것.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올해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합 심사·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2월 밝혔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연이은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정책지원으로 리스크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고삐를 조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의 위험성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소상공인의 영업이익은 1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 158만원 수준으로 평균 이자비용인 76만원을 납부하는 것 조차 버거운 조건이다.

2019~2020년 소상공인 경영현황(왼쪽) 및 부채현황 [자료=중소기업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2019~2020년 소상공인 경영현황(왼쪽) 및 부채현황 [자료=중소기업연구원]

또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2021년 12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숙박음식업과 여가서비스업의 생산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대비 각각 89.8%, 72.8%로 소득여건이 악화됐다.

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8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소상공인 1인당 평균 3억3000만원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은 2억2000만원, 가계대출은 1억1000만원으로 구성됐다.

자영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 수도 2019년 209만5000명에서 지난해 11월 277만명으로 24.4%나 증가했다. 여기에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기업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같은 기간 12만9000명에서 27만2000명으로 52.6%, 다중채무자의 대출금은 101조원에서 157조원으로 35.7%나 폭증하는 등 대출의 질도 악화된 상태다.

자영업자의 부채구조 역시 부실 우려를 높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일시상환대출(가계대출) 비중은 45.6%로 비자영업자(40.3%)를 상회하며, 개인사업자대출 중 만기가 1년 이내 도래하는 단기대출이 69.8%에 달한다. 대출 기간이 짧을수록 금리 인상 등 차환 리스크는 커지게 되며, 자영업자의 자금사정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부채 부실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한국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에 비해 높은 원리금 상환부담과 부진한 소득개선 흐름, 취약한 부채구조 등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금융지원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실위험을 완화했지만, 부채를 누증시키는 부작용은 없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자영업 매출 부진이 장기화되면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수 있다. 고위험 자영업자들에 대한 맞춤형 관리방안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인수위에서 이런 자영업자 대출의 리스크를 해소하고자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배드뱅크'다. 배드뱅크는 대규모 부실채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기 위해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인수·처리하는 금융사다.

현재 인수위는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 이후 빚을 갚지 못한 차주들의 채무를 배드뱅크를 통해 일부 탕감해주고, 남은 채무는 주담대처럼 최대 30년간 나눠 갚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31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경제분과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진흥공단과 정부, 은행이 공동출자하는 배드뱅크를 만들어, 장기간에 걸쳐 저리에 연체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관련 분과에서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