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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방산협력, KF-21 넘어 조선으로 확장…이재명·프라보워 “6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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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방산협력, KF-21 넘어 조선으로 확장…이재명·프라보워 “6월 마무리”

10년 진통 겪은 공동개발 사업 정리 수순…한국, 인니 해군 현대화 협력 공식 제안
‘하늘의 협력’에서 ‘바다의 파트너십’으로…동남아 최대 방산시장 공략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육군 태권도 시범대 공연 관람 후 선물 교환 친교일정을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KF-21 공동개발 사업을 6월까지 마무리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한국은 이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조선·해군 현대화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사진=청와대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육군 태권도 시범대 공연 관람 후 선물 교환 친교일정을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KF-21 공동개발 사업을 6월까지 마무리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한국은 이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조선·해군 현대화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사진=청와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10년 넘게 끌어온 KF-21 공동개발 사업을 오는 6월까지 마무리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양국 방산협력이 항공을 넘어 조선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전투기 공동개발로 다져온 협력 기반을 발판으로 인도네시아 해군 현대화 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한·인니 방산관계가 ‘문제 봉합’ 단계를 넘어 ‘협력 확장’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 시각) 자카르타 글로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KF-21 공동개발 사업의 중반기 완료를 전제로 조선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국빈 오찬 연설에서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의 성공적 완수를 통해 양국의 하늘을 열었듯이, 이제 조선 분야 협력을 강화해 함께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방산협력의 무게중심을 전투기에서 함정 건조로 넓히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 셈이다.

KF-21 봉합 국면, 조선 협력으로 확장


한·인니 방산협력의 최대 현안은 단연 KF-21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이 사업의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지만, 분담금 납부 지연과 인도네시아 기술진을 둘러싼 자료 유출 의혹 등으로 사업은 여러 차례 흔들렸다. 양국 모두 정치·외교적으로 부담이 큰 사안이었고, 방산협력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는 변수로 작용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이 복잡한 현안을 일단 정리 수순에 올려놓았다는 데 있다.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 뒤 공개한 입장에서 양국 정상이 KF-21 사업을 6월에 완료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직 세부 쟁점이 모두 해소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상 차원에서 종료 시점을 못 박았다는 점만으로도 적지 않은 진전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KF-21이나 함정 도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중견국으로서 양국은 안정과 평화를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강한 안보와 국방이 필요하다는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구체적 사업명은 피하면서도, 방산협력 확대 자체에는 공감대를 드러낸 발언으로 읽힌다.

인니 해군 현대화 겨냥한 한국의 포석


한국이 이번에 조선 협력을 전면에 꺼내 든 배경은 분명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도서국가 중 하나로, 해상교통로 보호와 주권 수호를 위해 해군 전력 현대화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프라보워 정부는 군 현대화에 적극적이다. 자카르타 글로브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올해 국방예산으로 약 337조 루피아(약 199억 달러)를 배정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방산시장 가운데 하나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조선업계에는 분명한 기회다. 한국은 이미 군함 수출국으로서 입지를 쌓아 왔고,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에 호위함과 원해경비함을 공급하며 동남아 해군시장 경험을 축적했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제안한 것은 단순한 함정 판매라기보다, 해군 현대화 전반에 참여하는 장기적 파트너십에 가깝다. KF-21로 구축한 방산 협력 채널을 바다로 확장해 항공·해양을 아우르는 복합 방산관계로 격상시키려는 포석이다.

일각에서는 프라보워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KF-21 16대 수출 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 새로 체결된 양해각서 목록에는 지식재산권 보호, 핵심 광물, 청정에너지 등이 포함됐을 뿐 KF-21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는 오히려 현재 상황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양국은 당장 대규모 구매 계약을 공개하기보다, 먼저 KF-21 공동개발 문제를 정리하고 그 위에서 다음 단계 협력으로 넘어가려는 흐름에 가깝다.

이번 회담은 그래서 상징성이 크다. KF-21은 한·인니 방산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사업이었다. 장기 지연과 갈등 속에서도 완전히 깨지지 않았고, 결국 정상외교를 통해 마무리 시점을 조율하는 단계까지 왔다. 한국이 이 시점에서 곧바로 조선 협력을 꺼내 든 것은, KF-21을 손실 관리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오히려 더 큰 방산 패키지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인니 방산협력의 향배는 이제 6월 이후가 가를 가능성이 크다. KF-21 공동개발이 실제로 정리 수순을 밟고, 그 신뢰 회복이 해군 현대화나 추가 항공전력 협력으로 이어진다면 한국은 동남아 최대 방산시장에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하늘에서 시작된 협력이 바다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양국은 일단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답을 내놓은 셈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