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루아노프 재무장관 "국채 원리금 상환 루블화 외화 환전방식으로 할 것"

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같은 방침을 재차 밝히고 추가지출에는 긴급예비기금을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달러화와 유로화로 표시된 국채 원리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당일 환율에 따라 외채 결제기관인 국가예탁결제원(National Settlement Depository·NSD) 계좌에 루블화로 입금하고, 이후 이를 서방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 은행에서 외화로 환전해 투자자가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외화표시채권과 관련해 채권자들에 대한 이자지급을 외화로 송금하지 않고 채무보험의 지급이 발생해 러시아는 1세기전 볼세비키혁명이래 외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이날 국영방송 러시아24에 출연해 “모든 의무를 다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적절한 지불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러시아가 2022년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긴급예비기금인 정부계펀드 ‘내셔널 웰스 펀드(NWF)’의 3분의1을 넘는 최대 4조 루블(710억 달러)를 사용해 국내시장에서의 국채발행 재개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2%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흑자였다.
러시아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지난 1980억 달러의 NWF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매울 추가지출은 러시아철도와 아에로플로트항공 등 제재를 받는 국영기업에 대한 NWF로부터 수입억 루블의 지원에 이은 조치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7월말까지 NWF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도록 러시아정부에 지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실루아노프 장관은 러시아 정부가 외국 투자자에 대한 자국 국채 원리금 상환에 천연가스 수출대금 결제 방식을 원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 수입업자의 러시아) 가스 대금 지급의 경우, 우리에게 외화가 들어오면 그것이 (수입업자의 요청으로) 러시아 내에서 루블화로 환전돼 결제가 이루어진다"면서 "외채 결제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지만 방향은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가 원리금을 NSD에 루블화로 기탁하면 NSD가 이를 외화로 환전해 투자자가 러시아 은행에 개설하는 외화 계좌로 이체해 주겠다는 설명이었다.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 및 주요 은행, 국부펀드와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다만 미국 채권자가 러시아로부터 국채 원리금이나 주식 배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달 25일까지 거래를 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뒀으나 이후 이를 더는 연장하지 않았다.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러시아는 미국인 등 외국 투자자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어렵게 됐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의 외채 결제기관인 NSD도 제재했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