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캐나다에 27조원대 잠수함· K9 자주포 '패키지' 제안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캐나다에 27조원대 잠수함· K9 자주포 '패키지' 제안

한화·현대 등 참여… 노후 잠수함·장갑차 교체 '통큰' 청사진 제시
美 의존 탈피 모색 캐나다 '관심'…'폴란드 성공' 내세워 수주 총력
2017년에 건조된 한국의 KSS-II 잠수함(사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두 기업은 이보다 신형인 KSS-III 잠수함으로 캐나다 해군을 재정비하는 상세 계획을 캐나다 정부에 제안했다. 사진=해군이미지 확대보기
2017년에 건조된 한국의 KSS-II 잠수함(사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두 기업은 이보다 신형인 KSS-III 잠수함으로 캐나다 해군을 재정비하는 상세 계획을 캐나다 정부에 제안했다. 사진=해군
한국 주요 방산업체들이 캐나다 군 현대화를 위해 200억 달러(약 27조6400억 원)가 넘는 대규모 방산 장비 도입을 제안했다. 노후 잠수함과 육군 장비 교체가 시급한 캐나다 군의 상황과, 최근 미국과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는 캐나다 정부의 움직임 속에서 나온 이번 제안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일(현지시각) 캐나다 C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초 캐나다 연방정부에 캐나다 왕립 해군의 낡은 잠수함을 대체할 최신형 KSS-III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을 핵심으로 200억~240억 달러(약 27조6400억~33조1680억 원) 규모의 공동 제안서를 냈다. 이들은 캐나다 해군이 신형 잠수함 1척을 받기로 한 시한인 2035년까지 잠수함 4척을 먼저 공급하고, 캐나다 안에 유지보수 시설을 지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획기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 KSS-III 잠수함 4척· K9 자주포 등 신속 공급 약속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와 별개로 캐나다 육군 전력 강화를 위한 두 가지 세부 제안을 내놓았다. 하나는 미군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과 비슷한 로켓 포병 시스템과 K9 자주포 같은 기동 화력 체계를 공급하고, 다른 하나는 육군에 부족한 궤도형 전투차량 등 기갑 전력 공백을 메우는 제안이다. 이 제안들의 가치는 캐나다 정부의 선택에 따라 10억 달러(약 1조3820억 원) 이상이며, 빠른 납품 일정과 현지 유지보수·생산 시설 설립 가능성까지 포함한다고 CBS 뉴스는 전했다.

한국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 정부의 전폭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2년 전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와 서울에서 맺은 국방·안보 협력 관계 확대를 추진 중이다. 조현기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육사 46기·예비역 육군 준장)은 CBC 뉴스와 인터뷰에서 "단순한 한 번의 거래가 아니다"라며 "판매가 이뤄지면 캐나다 방위 산업 능력 강화와 국방 협력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美 벗어나 유럽행?' 캐나다… 생산력 앞세운 한국 '기회'


이번 제안은 캐나다가 미국과 관계 변화 속에서 국방 장비 도입 전략을 다시 짜는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 정부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겪은 무역 갈등 등을 고려해 F-35 전투기 도입 계획 재검토를 지시했고, 유럽연합(EU)의 공동 방산 조달 계획인 '리암'(ReArm) 참여 협상도 벌이고 있다.

카니 총리는 지난 3월 27일 "경제 통합과 긴밀한 안보 협력에 기댄 미국과 과거 관계는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의 방위 산업 공급망은 아직 다시 짜는 단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의 김미정 연구원은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은 자체 생산을 원하지만 부품 조달 등에 어려움이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유럽 공급망의 약점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방산업계는 '빠른 생산과 납품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2022년 이후 폴란드가 K2 전차, K9 자주포, K239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국산 무기를 160억~220억 달러(약 22조1120억~30조4040억 원)어치 대량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폴란드와 대규모 계약은 한국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현지 생산과 유지보수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이 계약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부터 방산 수출 확대를 강하게 추진해 2027년 세계 4위 방산 수출국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캐나다에 판매하려는 한국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캐나다에 판매하려는 한국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군 장비 녹슬어"… 캐나다, 한국 제안 주목해야


캐나다 군은 현재 장비 노후화 문제를 겪고 있다. 마이크 라이트 육군 중장은 지난 2월 "지금의 육군은 미래에 필요한 육군이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의 라트비아 주둔군에 현대식 대전차 무기, 방공 시스템, 드론 대응 기술 등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이동식 포병 및 로켓 시스템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육군은 현재 47개 주요 장비 도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국방 전문가들은 한국의 제안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CBS 뉴스는 전했다. 캐나다 국제문제연구소(CGAI)의 데이브 페리 소장은 "캐나다군은 수십 년 동안 장비 교체를 미뤄왔고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며 "일부 장비는 말 그대로 녹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폴란드가 한국의 도움으로 육군을 다시 만들고 있다"는 점을 들며 "한국은 매우 짧은 시간에 막대한 장비를 공급한 실적이 있다. 심각한 작전 준비 상태 문제를 겪는 캐나다군은 서둘러 필요를 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