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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경기침체 공포 확산으로 원자재가 폭락…헤지펀드, 추가 하락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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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경기침체 공포 확산으로 원자재가 폭락…헤지펀드, 추가 하락에 베팅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다 북부 지역에 있는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저장탱크.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다 북부 지역에 있는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저장탱크. 사진=AP/뉴시스
투자자들이 최근 금융시장을 사로잡고 있는 경기침체 우려 신호로 인해 옥수수부터 구리, 석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품에 대한 강세 베팅을 되돌리면서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서 폭락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6일(현지 시간) 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져 최근 최고가에서 29%를 밑돌았다. S&P GSCI 농산물 가격지수는 5월 중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28% 하락했고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지표인 6개 산업용 금속은 3월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가치가 3분의 1로 떨어지는 등 다른 시장들도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급격한 하락세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에 대한 매파적 자세로 바뀌어 금리를 인상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시도에 따른 것이다. 투자자들은 급격한 물가 상승이 생활비 위기를 야기시키고, 높은 차입 비용으로 세계 경제를 탈선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로운 에너지 및 광물 자산에 대한 투자 부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악화되었던 원자재 시장의 격렬한 급상승으로부터 180도 급격한 반전을 보여준다.

헤지펀드들는 최근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하락의 중심에 서있다. 즉, 특정 상품의 장기, 즉 포지티브 포지션을 매각하고 종종 약세장 상품으로 대체한다.

비록 많은 원자재 공급이 물리적으로 빠듯하지만, "헤지펀드들은 베팅 철회를 하며, 이익 실현을 위한 청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피크 트레이딩 리서치의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스 위트캄(David Whitcomb)은 말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컴퓨터 펀드인 플로린 코트 캐피털은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에서 거래된 아연, 니켈, 구리 및 제철 원료 철광석에 대해 하락장에 베팅을 하였다고 밝혔다. 맨그룹의 창업자이자 전 AHL부문 최고위험책임자인 더그 그리닉은 급격한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이 상당한 경착륙의 위험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포지셔닝은 중단기적 가격 하락 모멘텀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 106억달러를 관리하는 애스펙트캐피털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예상해 매도세를 이어가자 5월 초부터 구리, 은, 철광석, 철강 등 원자재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농업에서는 한동안 설탕과 코코아가 부족했고, 최근에는 밀에서 소규모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로테르담에 본사를 둔 퀀트 헤지펀드 트랜스 트렌드의 앙드레 호니그 전무는 "최근 몇 달 동안 우리 프로그램은 인플레이션이 2차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포지셔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6월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총 15만3660건의 82억 달러 상당의 농산물 선물 계약이 청산되었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피크 트레이딩 리서치에 따르면 이는 사상 두 번째로 큰 장기 매물이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트레이더들이 수요 감소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 수요에 대한 위험성을 저울질해 오고 있다. 국제 오일 가격 대표지표인 브렌트는 이번 주에만 약 10% 하락했다. 시티 그룹은 지난 화요일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연말까지 유가가 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P모건은 러시아가 "서방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으로 천연가스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삭감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JP모건은 러시아가 시장에서 하루에 500만 배럴을 삭감하는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 오일 가격이 배럴당 3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속 시장에서 구리는 수요일 톤당 7500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거래되었으며 올해 들어 20% 이상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 구리가 공급 차질과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수요가 급증, 톤당 1만600달러를 돌파했던 것과는 큰 대조를 보여준다. 헤지펀드를 거느린 상품 브로커인 마렉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최고가 수준을 지지하는 구리에 대한 하락 베팅은 5월 초 4000매에서 6월 말 현재 모든 시장에서 6만매 즉, 150만톤의 붉은 금속을 순매도하고 있다.

마렉스의 글로벌시장 분석 책임자인 가이 울프는 쇼트 포지션의 상승은 주로 트렌드를 따르는 양적 펀드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꽤 대규모 숏 포지션이다."

나인티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지 세벌리(George Cheveley)는 단기적인 수요 전망에 대한 우려가 불과 3개월 전 구리 가격을 사상 최고가로 끌어올렸던 장기 에너지 전환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상황을 지켜보면서 만약 주문이 줄어들거나 중국 시장이 회복하지 못해 재고가 늘어난다면, 상황은 훨씬 악화될 것"이라며 "그 시나리오에 맞춰 매우 약세적인 전망이 나와야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이미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 리서치 회사인 TS 롬버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콘스탄티노스 베네티스는 "광범위한 이야기 반전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많은 바람이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지금 팔고 나중에 질문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