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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통 없는 게임 운영은 '이용자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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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통 없는 게임 운영은 '이용자 기만'

사진=이원용 기자
사진=이원용 기자
유명 가상현실 소셜 게임 'VR챗'의 이용자들이 최근 게임 플랫폼 '스팀'의 게임평가 항목에 줄줄이 비추천을 남기고 게임을 삭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비추천 행렬이 시작된 후 나흘만에 2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스팀에서 집계한 VR챗 역대 최다 동시 접속자 수 4만2000여 명의 절반을 웃돈다.

이러한 집단 반발은 지난달 27일 새로운 보안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된 후 MOD(Modification: 이용자가 게임의 기능·캐릭터·스테이지 등을 고쳐 창작한 콘텐츠)가 대거 차단되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자기 아바타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거울' 등 이용자 편의 기능들 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업데이트에 관해 VR챗 운영진은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주는 MOD들이 차단될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들을 추가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운영진의 공지가 이행되지 않자 이용자들은 오히려 "문제가 될 걸 알던 사람들이 기약 없는 약속만으로 모면하려 드느냐"며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VR챗 운영진의 실책은 글로벌 인기 게임 '브롤스타즈' 개발사 슈퍼셀이 올 초에 보인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1월 22일, '브롤스타즈'에선 약 82만원의 가치를 가진 '메가상자 140개 묶음'이 짧은 시간 동안 단돈 2500원에 판매되는 버그가 발생했다.

이용자 간 빈부격차에 심각한 문제를 주는 버그였음에도 불구, 운영진은 "작은 실수가 있었다"는 공지만 올린 채 넘어가려 했다. 그 결과 세계 각지에서 운영진의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고 국내에선 "개발자를 국내로 소환에 사형에 처하라"는 국민 청원도 나타났다.

고객과의 소통 문제가 외산 게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에 발생한 '대 트럭 시대' 또한 이용자와의 소통 문제가 원인이었다.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에 "그런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고 반응한 게임사는 거의 없었다. 이용자들은 이러한 '부족한 소통'을 문제 삼으며 항의 트럭을 각 회사로 보냈다.

게임에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용자들에게 미리 알리고 의견을 구하거나, 문제 상황에 대한 조치가 빨리 이뤄지는 것이 정상적이다. 최소한 '어느 특정 시점까지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은 있어야 한다. 실질적인 조치 없이 "문제가 뭔지 알고 있다"고만 외치는 것은 결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될 수 없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