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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게임만 못하다"…상처뿐인 국산 MMORPG '4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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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게임만 못하다"…상처뿐인 국산 MMORPG '4파전'

넥슨·넷마블 하반기 신작 전작만 못해…컴투스·라인게임즈도 흥행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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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하반기 국산 모바일 MMORPG 4종이 연달아 출시돼 경쟁을 벌였으나, 네 작품 모두 상업성과 게임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게이머들은 중국의 유명 게임들과 이들을 비교하며 '국산 게임 위기론'을 주장하고 있다.

넥슨이 이달 25일 출시한 MMORPG '히트2'는 출시 직후 이틀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6위에 입성한 데 이어 30일 기준 2위를 기록, '리니지' 시리즈의 엔씨소프트(NC),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앞세운 카카오게임즈 등과 최상위권 경쟁을 개시했다.

그러나 '히트2' 이용자들 중 상당수는 자동 사냥 중심의 게임 콘텐츠, 낮은 확률의 뽑기를 근간에 둔 비즈니스 모델(BM) 등을 핵심으로 한 소위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과 특별한 차별점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넥슨이 올 3월 출시, 구글 매출 1위까지 오른 '던전 앤 파이터(던파) 모바일'이 수동 조작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로 호평을 받은 것과 반대되는 양상이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히트2'의 출시 첫날 DAU는 11만9635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NC '리니지M'은 7만1627명, '오딘'은 5만6168명을 기록했다. '던파 모바일'의 출시일인 3월 24일 기준 DAU 46만8141명과 비교하면 74.4% 낮은 수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넥슨 '히트2', 넷마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컴투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라인게임즈 '대항해시대 오리진'. 사진=각 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넥슨 '히트2', 넷마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컴투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라인게임즈 '대항해시대 오리진'. 사진=각 사

넷마블의 지난 7월 28일 신작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사측의 대표 IP '세븐나이츠' 시리즈 신작이다. 시리즈 전작 '세븐나이츠2'는 2020년 출시 후 구글 매출 2위까지 올랐고 지난해 넷마블의 MMORPG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가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한 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출시 후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매출 최고 4위에 오른 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 이달 29일을 기점으로 매출 톱10 밖으로 밀려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

컴투스의 지난 16일 신작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라인게임즈 지난 23일작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이용자들에게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에 비해 확연히 적은 과금 유도가 장점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구글 최고 매출 순위는 각각 9위, 13위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히트2 외 신작 3종의 출시 당일 DAU를 살펴보면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24만9414명으로 '히트2' 대비 2배 이상 많았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은 5만9114명,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8만9954명을 기록했다.

기존 매출 최상위권 게임사들도 하반기 들어 여러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NC는 '리니지W' 인플루언서 프로모션 과정에서 "리니지2M 플레이 방송 역시 계약의 일환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별다른 공지 없이 적용한 것이 밝혀져 '뒷광고' 논란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지난 5일 사옥 인근에서 트럭 시위가 전개됐다.

지난달 들어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매출 1위에 올리는 데 성공한 카카오게임즈 사옥 인근에선 29일 트럭을 대신해 '마차'가 나타났다.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 대비 현저하게 짧은 공지와 실제 업데이트 사이 간격, 모자른 보너스 재화 지급, 현지화에 실패한 번역 등을 문제삼고 있다.

국내 3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 통합 모바일 게임 7월 월매출 순위. 사진=모바일인덱스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3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 통합 모바일 게임 7월 월매출 순위. 사진=모바일인덱스

잇단 국내 모바일 게임계 논란에 게이머들은 게임사들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이런 게임들에 돈을 지르는 이용자들이 문제", "수준 낮은 핵과금층을 등에 업은 대형 업체들이 게임 문화를 퇴보시키고 있다"는 자조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도 한국 이용자들 수준에 딱 맞는 게임들만 나올 것"이라는 회의론마저 제기됐다.

일부 게이머들은 국산 게임들이 중국의 '원신', '타워 오브 판타지' 등에 비해 게임성 면에서 뒤쳐진다고 지적했다. 원신에는 지난 24일 새로운 지역 '수메르'를 업데이트됐으며 당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DAU 10만6195명, 매출 7위까지 올랐다. 타워 오브 판타지는 퍼펙트월드 게임즈가 11일 출시, 매출 최대 8위를 기록했으며 출시 당일 DAU는 9만6974명이었다.

중국산 모바일 게임들로 인한 '국산 게임 위기론'은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 해 6월 선본 네트워크 '소녀전선'이 중국 게임 중 처음 국내 구글 매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부정적 인식이 사라졌다", "중국이 한국의 개발력을 추월했다"는 이야기는 당시에도 나왔다.

모바일인덱스가 공개한 지난 7월 기준 국내 3대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 종합 매출 상위 20개 게임을 살펴보면 '원신'을 비롯해 중국 게임이 7개나 들었다. 넷이즈가 개발을 맡은 블리자드 '디아블로 이모탈'을 포함하면 8개다. 국산 게임은 총 10개로, 차이는 2개에 불과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한때 중국 게임사들이 '베끼기'에 급급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그러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내 게임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