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IT 대기업 메타플랫폼스가 유망한 인공지능(AI) 연구자들에게 4년간 최대 2억5000만 달러(약 3400억 원)의 조건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리콘밸리의 AI 인재 영입 경쟁이 미국프로농구(NBA)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4세의 AI 연구자 맷 다이트크에게 처음에는 1억2500만 달러(약 1737억 원) 상당의 보상안을 제시했으나 그가 이를 거절하자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선 끝에 조건을 두 배로 올린 2억5000만 달러 수준의 제안을 다시 내놨다.
첫해에만 1억 달러(약 1320억 원)까지 지급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결국 다이트크는 메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AI 인재 영입 경쟁, ‘NBA 자유계약시장’처럼 변모
NYT는 “AI 연구자들이 팀을 고르고 지인과 함께 조건을 짜며 이적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심지어 메신저 그룹을 통해 오퍼 조건을 공유하고 서로 전략을 논의하는 모습까지 NBA 시장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현재 AI 업계는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서로의 인재를 빼앗는 '영입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채용 소식은 TBPN이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마치 스포츠 트레이드처럼 카드 이미지로 확산되고 있다.
한 공동 진행자는 “기술업계가 주류가 되면서 사람들이 선수나 구단을 보듯 AI 연구자들과 그 영입전략을 주시한다”고 말했다.
◇ “GPU 3만 개 제공”…돈보다 더 매력적인 자산
AI 연구자들은 단순히 급여 외에도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조건으로 제시받는다. NYT에 따르면 메타는 일부 후보자에게 3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AI 모델 훈련에 필수적인 GPU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태라 이 자체가 강력한 유인책이다.
저커버그는 “슈퍼지능이 우리의 모든 사업에 도움을 줄 것이고 개인의 역량을 크게 확장시킬 기술이 될 것”이라며 인재 확보에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AI 인재 확보를 위해 직접 메시지를 보내거나 후보자와 1대1로 만나 설득하는 방식으로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오픈AI와도 몸값 전쟁…하지만 철학이 다르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오픈AI도 압박을 받고 있다. 마크 천 오픈AI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이달 열린 사내 회의에서 “우리는 맞불 제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오픈AI에서 일하려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며 메타처럼 막대한 보상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최근 일부 직원에게 경쟁사 오퍼가 들어오면 먼저 경영진에 알리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