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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SK하닉, '반도체 脫중국’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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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SK하닉, '반도체 脫중국’ 저울질

정치적 불안감 지속 안정적 사업 추진 불가
대체 국가 물색을 위한 물밑 작업 들어갈 듯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반도체 사업에 대해 ‘차이나 엑시트(중국 탈출)' 여부를 물밑에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이코노믹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러한 얘기가 반도체 업계에서 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사업환경이 더 좋은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과거에 장기간에 걸쳐 중국에 있던 백색가전과 스마트폰 등의 제조공장을 베트남과 인도, 태국 등으로 이전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고 제조와 더불어 기술 인력과 수요 산업, 입지 조건, 진출국 정부의 보상과 규제 완화 등 제반 인프라가 중요하기 때문에 임금 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다른 산업과는 차이가 있어 이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정치적 불안감이 이어지고 사업환경도 좋지 못하다면 이전을 검토할 수 있으며, 지금 중국 상황이 그러하기 때문에 대안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탈(脫)중국을 검토하려고 하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 압박 때문이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7일 미국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설비에서 가공하는 18nm(나노미터)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16nm 이하 로직칩 가공 관련 기술에는 허가제가 적용된다. 특히 가공 설비가 중국 기업 소유인 경우 ‘거부 추정(presumption of denial)’ 원칙이 적용된다. 사실상 미국 반도체 기술의 수출이 전면 통제되는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의 비판이 거세지자 미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년간 반도체 장비 수출을 포괄적으로 허가한다는 방침을 통보하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중국 다롄(大連) 낸드 공장과 대만 TSMC도 유예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가공 설비가 다국적 기업 소유인 경우에는 건별로 개별 심사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1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중국 공장은 반도체 장비를 추가 도입하거나 유지·보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은 장비 추가 도입(업그레이드)이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니고,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장비 관리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유예 조치가 없었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 배치된 장비업체 인력도 빠져나갈 것이고, 그러면 당장 공장 가동 중단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위기를 넘겼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년을 벌었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의 중국 내 생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고 하지만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최후의 방안은 중국 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 투자 없이 현재 설치된 생산 설비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만 공장을 운영하고, 이 기간에 다른 국가를 찾는 방법이 가장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