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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SK하닉 ‘탈중국’…“메모리 1, 2위 위상 이용해 美‧中에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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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SK하닉 ‘탈중국’…“메모리 1, 2위 위상 이용해 美‧中에 대응”

양국 갈등에 사업 악영향 악화, 사업 구조 조정 차원서 검토
‘세계의 공장’ 中이미지 희석, 제조업 진출국으로 이전 명분 얻어
미‧중 영향력 적은 제3국 진출 가능성 높아…베트남‧인도 등 유력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탈중국’ 검토에는 자국 편들기를 강요하는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존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퇴출 압박을 가하고 있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중국도 반도체 패권 쟁취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고민을 안기고 있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검토를 개시했다고 해서 중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큰 틀에서 사업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과거에는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몰려든 중국이 반도체 공장 설립의 최적지로 여겨졌으나 많은 기업이 동남아시아 등지로 이전하면서 중국이 예전처럼 절대적이진 않고,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 내 사업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플래시메모리 공장과 쑤저우에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과 충칭 후공정 공장과 더불어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회사가 생산하는 전체 낸드플래시메모리의 40% 이상을, 2008년 가동을 시작한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회사가 생산하는 D램 생산의 50%를 차지하는 전략 사업장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사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 공장을 당장 폐쇄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신규 공장 건설은 중국 이외의 국가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중국 공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는 완성품 공장이 중국에 몰려 있어 적기 조달(JIT)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규제 여파로 글로벌 완제품 업체들이 공장을 동남아 지역 등으로 이전한다면 양사도 중국의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는 명분을 얻는다. 전 세계 D램 시장점유율 70% 이상, 낸드플래시 50% 이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을 빠져나간다면 완성품 제조업체는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도 동반 이전해 새로운 터전을 마련할 수 있다. 이미 베트남과 인도 등의 국가는 한국 등 반도체 업체의 자국 공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다만, 양사가 중국을 빠져나와 미국으로 직접 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양국의 갈등 때문에 중국 이전을 검토하는 것인데, 미국으로 바로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지배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두 강대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중립적 국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한편 중국 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뿌리부터 흔드는 큰 돌발변수가 발생한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여파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반도체 장비업체가 중국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AL과 램 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했던 수십 명의 직원을 철수시켰고,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인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도 미국의 규제 발표 직후 내부 고지를 통해 중국에서 일하는 미국인 직원들에게 작업 중단을 통보했다.

반도체 장비는 대당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이자 반도체 공장(fab)의 핵심 시설이다. 이들 장비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반드시 장비업체 직원이 파견되어 관리되어야 하며, 반도체 공장 직원이 손을 대면 거래 중단은 물론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업의 지원이 중단되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장비 업그레이드와 유지는 물론 개발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장비 유지보수 불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우려하는 사태라고 지적했다. 장비 관리가 안 되어 생산이 중단되면 매출 피해도 피해지만,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미칠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미 상무부가 두 회사에 장비의 중국 반입을 1년간 허용하기로 하면서 일단 양사는 안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미국의 규제가 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