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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대란'과 다산 정약용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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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대란'과 다산 정약용의 교훈

사진=이원용 기자
사진=이원용 기자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대부분 먹통이 됐다가 복구되는 사고가 있었다. 서비스 복구 후에는 '멀티프로필'이 일시적으로 원치 않게 공개됐다는 이용자들이 일부 나타났다. 멀티프로필은 이용자가 원하는 특정 친구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일종의 보조 프로필인데 이것이 설정 범위 밖에도 공개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형제자매나 사촌 등 가까운 친지와 지인의 '은밀한 취향'을 알게 됐다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남들 몰래 특정 연예인이나 만화·게임 속 캐릭터에 대한 노골적 애정을 드러내거나 이른바 '중2병'이라 불리는, 허세가 가득한 낯 뜨거운 문구와 이미지로 채워진 프로필들은 곧 '짤방'이 되어 유행했다.
한 미혼 여성은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귀던 기혼 남성하고만 공유하던 프로필이 공개돼 불륜 사실이 들통나게 생겼다"는 글을 게재해 화제가 됐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신의 잘못에는 눈을 돌린 채 "이혼당하면 카카오톡을 고소할 것"이라고 주장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터넷은 강한 확장성을 띈 생태계다. 인터넷상에서 자기가 남긴 것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이들에게 퍼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꽁꽁 숨기려 해도 이번 카카오톡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또는 이용자 본인이나 서비스 제공자의 실수, 어쩌면 해킹 등을 통한 정보유출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외부에 공개될 수 있다.

카카오 서비스 대란 중 멀티프로필이 공개된 해프닝 중에 일부 네티즌들이 보인 추태는 약 200년 전, 조선의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남긴 다음과 같은 글귀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남긴 글이 거리 한복판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 보더라도 내가 해를 당하지 않을 것인가, 또 수백 년 후까지 전해져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당하지 않을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