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전문경영인 리더십
소유‧경영 분리한 삼성, 영속 기업의 조건
오너 뒤 잇는다는 약점 이겨야 성공할 수 있어
소유‧경영 분리한 삼성, 영속 기업의 조건
오너 뒤 잇는다는 약점 이겨야 성공할 수 있어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000년 현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앞으로 맡아야 할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던 당시 이미 그는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할지를 정해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은 이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 이후 총수 없는 전문경영인 위주의 기업으로 전환한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지속가능한 삼성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은 '전문경영인의 천국'이라고 불리고 있다. 1938년 창립 때 전문경영인이 이병철 창업회장을 도왔고, 1957년 창업회장이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직원 공채를 실시했다. 선대회장에 이어 이건희 선대회장은 계열사 사장의 주요 임무 가운데 인재 영입을 명시해 이들이 전 세계를 모두 돌아다니며 인재를 모셔오게 했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필요 인재는 첫 접촉 후 10년, 20년 후까지 지속적으로 연락해 반드시 삼성에 입사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삼성은 수많은 스타 전문경영인 CEO(최고경영자)를 배출했다. 이들은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이 수많은 임원을 대상으로 혹독한 테스트를 치러 전문경영인 CEO 자리에 올렸다.
이제 인재 관리 임무는 이 부회장이 담당한다. 그런데 그가 뽑아야 할 전문경영인은 창업회장이나 선대회장 때와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뒤를 이을 ‘전문경영인 총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을 거쳐간 스타 전문경영인 CEO들의 경영능력이 낮다는 것이 아니다. 어찌 됐건 그들의 배후에는 총수가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이재용’ 시대의 삼성엔 더 이상 총수 경영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 총수와 함께 전문경영인 CEO가 함께하는 전문경영인만의 삼성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때를 의식한 듯 이병철 창업회장은 생전 전문경영인의 능력으로 “삼성 안에는 나보다 식견이 있는 사람도 많다. 나보다 실무에 밝고 경영에 더 능한 사람도 있다"면서 "그러나 나보다 몇 곱 더 훌륭한 인재라 하더라도 그는 나의 뒤를 잇는다는 약점을 이겨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도 전문경영인 경영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당장 총수 의존 문화를 지우는 작업을 해왔다.
전직 삼성 임원은 “겉으로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이 부회장은 오너라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았고, 삼성의 수많은 그룹 임원진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만 일했다”면서 “2014년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어쩔 수 없이 삼성의 책임자라는 짐을 직접 지게 되었지만, 직책이라는 완장보다는 행동으로 그 짐을 실천해 왔다”고 설명했다.
회장 승진에 앞서 이뤄진 당시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등 3개 부문 체제를 모바일경험(MX)과 디바이스경험(DX) 등 2개 부문으로 재편하고 전자는 한종희 부회장, 후자는 경계현 사장에게 맡기며 대표이사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여기에 전자계열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을 더해 최고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했다. 이들 세 명의 경영진은 다른 계열사 CEO들과 함께 ‘이재용 뉴삼성’ 초기 기반을 다지는 한편, CEO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의 일환으로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