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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기성언론이 못한 '공정한 디지털 공론장'" 첫 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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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기성언론이 못한 '공정한 디지털 공론장'" 첫 일성

트위터를 사실상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배너티페어이미지 확대보기
트위터를 사실상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배너티페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사실상 공식 선언했다.

머스크는 미국 델라웨어 법원의 명령에 따라 28일(이하 현지시간)까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루 이른 27일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기 때문이다.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트위터의 새로운 주인 자격으로 광고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 트위터 인수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모두 마무리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그는 앞서 26일에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 건물에 자신이 쓰는 세면대를 들고 나타나 트위터 인수 작업이 완료됐음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머스크는 기성 언론이 좌우의 한쪽 목소리만 대변하는 행태만 보여왔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론이 양극단으로 치닫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목적으로 트위터를 인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 좌우 진영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유통되는 현실은 인류 문명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면서 앞으로 트위터를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디지털 공론의 장’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머스크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같은 발언 자체가 또 다른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양상이다.

◇머스크 “좌우 치우치지 않는 ‘건전한 디지털 공론장’ 만들려 인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7일(현지시간)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보낸 공개서한.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7일(현지시간)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보낸 공개서한. 사진=트위터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광고주들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27일 트위터에 올리고 자신이 트위터를 인수하게 된 의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나의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 그동안 여러 관측이 있었지만 대부분 틀린 얘기”라면서 “내가 트위터를 인수하게 된 진짜 이유와 광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밝히고 싶다”고 시작했다.

머스크는 “내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건전한 방식으로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모든 사람의 디지털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극우 진영과 극좌 진영이 각자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분열의 장으로, 증오와 사회적 분열을 부추기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머스크는 이어 “제도 언론은 극단적인 여론에 편승해 오히려 이를 증폭시켜 왔는데, 그 이유는 그렇게 해야 경제적인 이득이 발생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다양한 여론이 건전하게 소통될 수 있는 대화의 장은 사라지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소셜미디어 기업을 인수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존 언론이나 기존 소셜미디어가 좌우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건전한 소통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 분열을 인류 차원의 위기로 인식해 트위터를 인수하게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쪽에 치우친 목소리만 자유롭게 표현되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여론의 광장으로 트위터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왜 광고주들에게 먼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게 된 이유를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먼저 밝히고 나선 것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경우 극단적인 목소리가 오히려 다시 득세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광고주들 사이에서 확산돼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 우려의 중심에 서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극우세력의 미 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방조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과정에서 트위터를 악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트위터를 비롯한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영구 퇴출당한 바 있다.

그러나 머스크가 직접적으로 트럼프를 거명한 적은 없지만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트위터를 구현하기 위해 트위터 게시물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히면서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게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머스크가 복권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CNN에 따르면 상당수 광고주들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극우 논객들이 혐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게시물을 트위터에 쏟아낼 경우 광고를 집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을 광고주로 두고 있는 글로벌 광고대행사 그룹엠의 킬리 테일러 글로벌제휴본부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10군데가 넘는 광고주들이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복권시킬 경우 트위터에 광고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나머지 광고주들은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위터가 자신을 복권해 준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입성이 사실상 확정되자마자 머스크가 트위터 광고주들에게 가장 먼저 손길을 뻗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동요 움직임을 보여온 광고주들에게 자신의 인수 이유를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자신은 좌나 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들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

이는 머스크가 서한에서 “앞으로 트위터는 나라에서 정한 법률을 지키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반갑게 받아들이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이라면서 “광고주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광고 플랫폼으로 트위터를 만들겠으니 여러분도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머스크가 광고주들과 가장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트위터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절대적인 것과도 직결돼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트위터가 광고 매출로 번 돈은 45억 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로 전체 매출의 89%나 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