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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에 무겁고 어지럽다"…갈 길 먼 'VR 헤드셋'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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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에 무겁고 어지럽다"…갈 길 먼 'VR 헤드셋' 시장

메타·소니 신형기기 출시에도 "VR 대중화 어려울 것"
더 가볍고 가성비 좋은 '게임 체인저' 출현 기대

'퀘스트 프로' 사용 예시 영상 중. 사진=메타 '퀘스트'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퀘스트 프로' 사용 예시 영상 중. 사진=메타 '퀘스트' 공식 유튜브
글로벌 빅테크들이 연달아 신형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출시하고 예약 판매를 개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비싼 가격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무게 문제 등으로 VR게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메타 플랫폼스(메타)는 지난달 12일 프리미엄 VR HMD(머리 탑재형 디스플레이) '퀘스트 프로'의 예약 판매를 개시했다. 소비자 가격은 2년 전 출시된 '퀘스트2'의 499달러(69만9900원) 대비 3배에 가까운 1499달러(219만원)이며 무게는 220g 가량 늘어난 720g에 달한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는 지난 3일, 게임 콘솔기기 플레이스테이션(PS)5 전용 VR HMD 'PS VR 2'를 선보였다. 내년 2월 22일 출시 예정인 PS VR 2의 소비자 정가는 7만4980엔(79만8000원)이다. PS4 전용기기 'PS VR'보다 30만원이 비싼 가격이며 무게는 약 30g 무거운 630g로 추정되고 있다.

IT전문지 씨넷은 두 헤드셋의 경쟁 제품으로 글로벌 게임 유통망 '스팀' 운영사 밸브 코퍼레이션(밸브)이 지난 2019년 선보인 '인덱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MR(Mixed Reality)'의 파트너인 휴렛 팩커드(HP)가 2020년 론칭한 '리버브 G2' 등을 들었다.

밸브 인덱스의 소비자 가격은 999달러(약 140만원)으로 국내엔 정식 출시되지 않았으며 헤드셋 무게는 809g이다. HP 리버브 G2의 경우 599달러, 국내 출시 가격 73만7000원이며 헤드셋 무게 550g이다.

플레이스테이션 VR 2 이미지. 사진=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플레이스테이션 VR 2 이미지. 사진=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메타와 소니는 신형 기기 출시와 더불어 '콘텐츠 양 확대'를 약속했다. 메타는 퀘스트 프로 공개와 더불어 VR 게임 전문사 3개 업체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또 MS, NBC유니버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엑스박스(Xbox) 게임들과 NBC의 OTT 서비스 '피콕'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올 초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에서 PS VR 2 전용 타이틀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을 공개했다. 이달 3일에는 여기에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VR판과 더불어 PS VR 타이틀 '워킹 데드: 세인츠 앤 시너즈'의 챕터2와 퀘스트2용 게임 '스타워즈: 테일즈 프롬 더 갤럭시' PS VR 2판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다만 두 기기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퀘스트 프로에 대해선 "납득이 가는 가격이지만 대중화는 어려울 것", "이 가격이면 새 PC에 퀘스트2를 사는게 나을 것 같다"는 등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PS VR 2의 경우, 퀘스트2와 프로에서 제공하는 무선 이용 기능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또 공개된 4종의 게임에 대해서도 "이정도 신작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VR로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보여줘야한하다" 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평소 VR 게임을 자주 즐긴다 밝힌 한 직장인 게이머는 "500g에서 800g 사이의 헤드셋 무게는 척 보기엔 가벼워 보여도 몇 시간을 이용하면 목에 무리가 가고 어지럼증을 일으키기 마련"이라며 "신형 기기들이 아무리 그래픽 면에서 나아진다 해도 이런 근본적 한계는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예고 영상 중. 사진=게릴라 게임즈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예고 영상 중. 사진=게릴라 게임즈 유튜브

VR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신형 헤드셋 제품들이 VR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PS, Xbox 등 콘솔기기는 오랜 기간 시리즈 형태로 축적된 게임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많은 수요가 함께하고 있다"며 "좋은 기기, 콘텐츠가 나온다 해도 하루 아침에 시장이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국내인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2022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VR게임을 경험해본 이는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2%p, 2020년 대비 0.8%p 감소한 것이다.

VR게임 개발사들에게 각광받는 엔진 유니티의 한국 지사서 근무 중인 김범주 에반젤리스트 본부장은 "지금의 VR시장은 스마트폰 이전의 PDA를 보는 것 같다"며 "소수만 활용했던 PDA의 요소들이 스마트폰 개발에 활용됐듯, VR시장 역시 낯선 개념에 익숙해지고 있는 단계"라고 평했다.

국내 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 대표는 VR 하드웨어 시장에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구글, 애플 등이 예고한 'AR 안경'이 대표적 예시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의 HMD와 같은 무거운 장비는 중간 단계일 뿐, 수영용 고글과 같이 경량화된 HMD가 나타나야만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VR 전문지 믹스드 역시 최근 "퀘스트 프로 등을 넘어 '새로운 헤드셋'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헤드셋에 필요한 요소로는 더욱 발전한 그래픽, 고품질 VR 게임 등 콘텐츠와 더불어 지금보다 얇고 경량화된 헤드셋, 대중화를 위해 보다 낮은 기술적 진입장벽 등을 제시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