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 환영 분위기
대우조선 직원들 업무에만 집중
이달 중순 한화 현장 실사 예정
노조 반대 예상, 문제는 없을 듯
대우조선 직원들 업무에만 집중
이달 중순 한화 현장 실사 예정
노조 반대 예상, 문제는 없을 듯

지난 3일 오후 김해국제공항에서 옥포조선소로 가기 위해 탑승한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 A씨는 “며칠 동안 거제에 머무르냐”면서 이렇게 물었다.
A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평생 살았다”면서 “10년 전만 해도 김해공항이나 KTX 부산역에 대기하고 있으면 거제로 가자는 장거리 승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을 보면 거제 경기가 많이 어렵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소에서 일감이 줄어 지인의 동료와 자식들이 직장을 잃었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한참 어려울 땐 거제시내 아파트가 많이 비었다. 최근 조선업이 호황기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아직도 완전한 회복은 안 된 것 같다.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나서 예전처럼 경기가 좋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저녁 숙소를 잡은 거제시 장승포항에서 만난 ‘토박이’ B씨의 바람은 더했다. 민박집과 호텔이 몰려 있는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거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뻤다. 대기업이 주인이 되면 조선소를 떠났던 인력들이 회사를 믿고 돌아와 줄 것 아니겠냐”라면서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워지면서 우리도 많은 타격을 받았다. 수주가 많이 되어 잘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올여름 하청지회 파업 사태를 겪으면서 또다시 힘들어지나 하고 걱정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한화가 인수해) 대우조선해양 이름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쉽지만, 한화의 일원이 된다는 점에는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이날 거제시내는 낮에는 물론 밤에도 한산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접한 시민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활동을 자제한데다, 북한이 울릉도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전쟁 도발 위협까지 겹친 탓이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려 있었는데, 직전까지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환영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자리했었다고 한다. 기자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이를 볼 수 있었다.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만에 하나라도 오해를 살 만한 일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며 모든 구성원이 ‘암묵적 합의’를 한 것으로, 모든 직원이 자기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난달 18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에 들어간 한화는 서울에서의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순경 옥포조선소 현장 실사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조가 어느 정도 반발할 개연성은 높다. 하지만 거제시에서 만난 한 시민은 “거제시민들의 환영 분위기가 더 큰데다 노조 내에서도 한화 인수를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사명 변경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이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 사명이 바뀐다면 과거 대우그룹의 주력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우’ 브랜드를 내세웠던 기업도 사라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로서는 마지막이지만 ‘한화’로서는 최초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맞는 시점”이라면서 “조선산업 전체와 거제를 포함한 경남지역 경제 회복에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거제=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