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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임박…산업계, 물류대란 우려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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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임박…산업계, 물류대란 우려에 초긴장

24일 0시 기준 화물연대 파업 예고
자동차, 정유, 철강 등 산업계 긴장

화물연대 총파업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이미지 확대보기
화물연대 총파업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오는 24일 0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들어간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선다.

정부와 강대강 구조를 띠며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례없는 피해가 예고된다. 자동차·정유 등 주요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 어려운 경제 상황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 산별 노조들의 줄줄이 파업을 예고했다. 화물연대는 24일 0시를 기준으로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들은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제도 적용 차종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하는 조합원은 총 2만5000여명으로 철강·시멘트·자동차 등 주요 물류거점을 봉쇄하고 무기한 운송거부에 나설 예정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로 2020년 3월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폐지된다. 현행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차량에만 적용된다.

특히 이번 파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되 적용 차종, 품목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물연대가 "정부와 여당이 기조를 바꿀 때까지 파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완벽하게 약속할 때까지 멈출 수 없다"고 한 만큼 정부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에 자동차·석유·철강 등 산업계 전반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6월 8일간 이뤄진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가 부담한 피해액만 2조원에 달했다. 이번 파업은 장기화 될 우려도 있어 피해액은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은 물류 차질과 생산 차질, 소비자들의 신차 대기기간까지 길어질 수 있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파업 때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차를 운송하는 카캐리어 차량이 멈췄고, 오토랜드 광명 인근에 있는 스피돔 주차장에는 항구로 옮기지 못한 수백대의 수출용 차량이 가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체 인력과 사무직 직원 등을 계속해서 투입하며 로드 탁송에도 나섰다. 또 현대차 울산공장의 생산 대수는 하루 평균 6000대에서 2000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번 파업에 대해 완성차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신차 대기기간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반도체 부품 수급, 밀려드는 수요 등으로 인해 인기 차량의 경우 소비자는 계약하고 나서 2년을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물류 운송, 생산 차질까지 겹친다면 대기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 등에서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차량이 오늘 생산되었는데 화물연대 파업 예정이라 탁송을 언제 받을지 모르겠다.", "지난번 로드탁송으로 불거진 중고차 논란으로 이번에도 신차가 아니라 중고차 받게 생겼다", "가뜩이나 차 출고도 느린데 이게 무슨 일이냐" 라는 등의 우려를 쏟아냈다.

철강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을 포함한 국내 5개 철강사들은 당시 파업으로 72만1000t의 철강재를 출하하지 못했다. 피해액은 1조원을 넘었다. 특히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침수 피해를 본 포스코 포항 제철소의 경우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 고객사에 필요한 긴급 물량을 일부 미리 내보냈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기사들도 대거 이번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고 누적에 대비·시멘트 출하를 서두르고 있다.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은 지난주부터 하루 출하량을 30% 이상 늘린 상태다. 석유화학 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4대 정유사를 다 세울 것"이라며 말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좋지 않은 국내 경제 상황과 겹치면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기업경기동향조사(BSI)에서 12월 BSI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0월(84.6)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이며, 올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100을 하회하고 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지만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부정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춰 잡았다.

이런 상황에 경제계는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23일 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화물연대의 집단이기주의"라며 파업 철회와 안전운임제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이어 "수출과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화물연대가 즉각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상생협력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또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수출 현장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국가기간산업은 1주일 넘게 마비됐고 일부 중소기업들은 수출 물품을 운송하지 못해 미래 수출계약마저 파기되는 시련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의 파업을 대비해 한국무역협회는 이날부터 수출 물류 비상대책반을 운영한다. 정만기 부회장을 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은 화물연대 동향 및 피해 상황 모니터링·피해 신고센터 운영· 대정부 건의 등의 역할을 한다. 수출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