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안 자동차 브랜드가 좋았던 이유는 알량한 몽땅 연필을 무료로 나눠주며 우월감에 빠져 있는, 그러면서도 미트볼과 메쉬드포테이토에 정량의 그레이비만 얹어주는 인색한 스웨디시 문화의 정취 때문만이 아니며 많은 셀럽을 살리고 입증받았다는 ‘안전의 대명사’라는 수식어 때문만도 아니다. 인류를 구원하는 도구 ‘안전 벨트’의 특허를 포기한 옛 개발자의 영웅담 때문만이 아니며, ‘환경복원 선구자’ 코스플레이를 하는 책임감 있는 기업의 이미지 때문만도 아니었다. 단순히 볼보는 왜건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V’ 시리즈 역시 예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해외 시장에서는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왜건은 완벽하게 세단 족보에 올라 있다. 모양만 달랐지 제원은 거의 같다. ‘XC’ 파에서는 XC70이 내놓은 자식이었다. 일단 마초적 성격을 갖지 않고 정통 왜건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이 둘을 합쳐 놓은 게 바로 CC다. CC는 당시의 왜건보다 지상고가 높고 SUV보다는 전고가 낮다. 현재의 육공(60) 체급을 놓고 본다면 S60보다는 75mm 차체가 높고, XC60보다는 155mm가 낮다.
상대적으로 지상고의 상승은 미미하다. 도로에서 마주친다면 그냥 세단 파생형으로 오해하기 쉬울 정도로 구분이 어렵다. 대신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 일부러 의식하면 시트 포지션이 세단형보다는 살짝 높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시트 포지션이 살짝 높아짐으로해서 앞차가 가리는 전방 시야를 조금이라도 더 되찾을 수 있다. 그사이 윈드스크린에 비쳐 보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그래픽도 단순하고 꽤 괜찮은 시인성도 제공한다.
V60 CC는 매겨진 가격에 비해 상당히 훌륭한 인테리어 품질을 자랑한다. 지금까지는 프리미엄인 듯 아닌 듯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확신이 든다. 이제는 눈 높이를 살짝 더 높여도 괜찮을 거 같다. 가죽으로 감싼 대시보드, 큼지막한 송풍구와 중앙 화면, 스웨덴 장인이 한 땀 한 땀 깎아 만들었다는 오포레 크리스탈 노브가 럭셔리 분위기를 조성한다. 참,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었다는 시트 역시 칭찬 거리다.
다만, 대형 화면이 적용되며 없어진 물리적 버튼들, 명품 레버가 적용되며 이주한 파킹 버튼, 여전히 사용이 어색한 내장형 태블릿(인포테인먼트를 구현하는 12.3인치 세로형 터치스크린) 사용법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인공지능 여친 ‘아리아’와는 아직 서먹서먹한 관계다.
배지를 달았다고 무게감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원래부터 스티어링 휠은 꽤 무거운 편에 속했다. 특별히 이걸 가볍게 만들만한 재주는 없다. 주행 모드 변경을 위한 별도의 버튼은 없다. 차량 설정을 통해 들어간 곳에서 겨우 스포츠 모드를 발견하지만, 이마저도 스티어링 휠 감도를 더 무겁게 하는 설정밖에 없다. 하지만 그 옆에서 발견한 것은 오프로드 모드다. 설득력을 겨우 찾는 건 이 차가 그나마 세단보다는 조금 더 차체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