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리뷰] 크리스마스에 '러브인 로그인'을 추천하다니, 악마인가?

공유
0

[리뷰] 크리스마스에 '러브인 로그인'을 추천하다니, 악마인가?

노벨피아 웹소설 기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콘텐츠·캐릭터는 만족, 짧은 플레이타임 아쉬워

'러브인 로그인' 로고와 여주인공 박다혜의 모습. 사진=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이미지 확대보기
'러브인 로그인' 로고와 여주인공 박다혜의 모습. 사진=스마일게이트 스토브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이라는 종교적 의미보단 연인이 함께 하는 기념일이 된 지 오래다.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면 "연인이 없구나"란 자조적인 말이나 주고받기 십상이니, 서로 얼굴을 붉히기 싫은 이들은 취미 생활에 빠지는 게 낫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대비해 가볍게 즐길 게임을 찾던 중, 이달 초 방문한 '애니메이션 게임 페스티벌(AGF)' 행사장에서 '러브인 로그인'을 추천 받았다. 홍보부스를 마련한 노벨피아 관계자는 "개발사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성탄절 시즌에 출시를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에 23일 출시된 '러브인 로그인'은 당일 판매량은 1만장을 넘겼다. 대작 게임에겐 작은 성과였겠지만 인디게임사인 온파이어 게임즈(이하 온파이어)가 내놓은 마이너 장르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러브인 로그인'은 노벨피아에서 지난 9월 말에 연재가 마무리된 웹소설 '게임 폐인 동거녀와 순애는 어떠신가요?'를 원작으로 한다. 장르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이른바 '미연시'다.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의 리뷰인 만큼 내용 유출, 즉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독자들은 주의하길 바란다.

'러브인 로그인' 예고 영상 중. 사진=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유튜브 채널이미지 확대보기
'러브인 로그인' 예고 영상 중. 사진=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유튜브 채널

이 게임의 정확한 장르는 '연애 시뮬레이션'보다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감상하는 '비주얼 노벨'에 가깝다. 이용자는 주인공 '권성현'의 시점에서 그가 겪는 이야기를 선형적으로 따라간다. 여주인공은 오직 한 명 '박다혜' 뿐이며, 게임의 목표는 그녀의 호감도를 높여 좋은 결말을 보는 것이다. 충분히 높은 호감도를 올리지 않으면 '새드 엔딩(슬픈 결말)'만 보게 된다.

호감도는 본 게임 중 플레이하는 10개의 미니 게임 클리어 여부에 따라 올라간다. 유사 시스템을 차용한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 상당수가 좋은 결말을 위해 선택지, 선물 등 다양한 요소를 요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간단한 구성이다. 이 미니 게임은 모두 플레이 할 수 있으며 난이도도 크게 높진 않아 무난하게 좋은 결말을 볼 수 있게 구성됐다.

미니 게임들의 구성만 봐도 제작진들이 '덕후'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첫 미니 게임은 고전 게임 '소코반'처럼 짐을 미는 형태의 퍼즐 게임인데, 2020년 서브컬처계를 강타한 인디게임 '헬테이커'를 떠올리게 했다. 상당수 게임들은 고전 아케이드 게임 '비시바시'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콘텐츠는 전반적으로 맘에 들었다. 주인공 박다혜는 비현실적일 수 있는 'MMORPG 게임 폐인'이란 캐릭터를 제법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온파이어의 전작 '러브 딜리버리'에서 이미 검증된 그래픽, 음악 역량 역시 전반적으로 좋았다. 서브컬처 계에서 잔뼈가 굵은 장미 성우의 주인공 연기도 명불허전이다.

특히 세계관 상 '러브 딜리버리'와 연결된 부분이 있어 전작의 팬들이 반가워할만하다. 러브 딜리버리의 여주인공 둘 중 한 명인 반주희가 박다혜와 가까운 사이로 묘사되며 특정 결말에선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다른 여주인공인 권라떼는 이미지로만 출연한다.

'러브인 로그인'에 출연한 '러브 딜리버리' 캐릭터들의 모습. 왼쪽부터 권라떼·반주희·현수. 사진=러브인 로그인 게임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러브인 로그인'에 출연한 '러브 딜리버리' 캐릭터들의 모습. 왼쪽부터 권라떼·반주희·현수. 사진=러브인 로그인 게임 캡처

게임에 있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전반적인 서사다. 여주인공의 캐릭터적 완성도는 높았으나, 주인공과의 이야기는 좋게 말하면 무난, 나쁘게 말하면 평이했다. 또 원작 소설과 본 게임을 모두 접해봤다는 업계 관계자는 "원작에서 맘에 들었던 부분이 많이 잘려서 아쉽다"고 평했다.

플레이 타임 역시 약 3시간 전후로 짧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남녀 주인공이 연인으로 맺어진 후의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부분은 DLC(다운로드 가능 확장판)이나 후속작, 아니면 본 게임에서 반주희가 출연한 것처럼 타 게임에 게스트 출연 등의 형태로 채워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단점도 있지만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았다. 개발사 온파이어는 물론, '게임 장르 다각화'를 비전으로 제시한 스마일게이트, 게임시장 안착을 원할 노벨피아 모두에게도 성공적인 작품이 될 전망이다.

스토브 측은 최근 "온파이어 측과 내년 12월 출시를 목표로 차기작 '러브 딜리버리2'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내년에도 성탄절 시즌을 타깃, 유사장르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게임을 AGF에서 추천한 노벨피아 관계자는 "성탄절에 어울리는 설렘을 담은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묻고 싶다. "성탄절 연인 없는 사람한테 '설렘'을 주는 게임을 추천하는 건 악마들이나 할 법한 행동 아닙니까?"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