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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의 반란" SK온이 보여준 배터리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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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의 반란" SK온이 보여준 배터리 진심

1996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시작해 2006년 HEV용 배터리 탑재 실험 국내 최초 성공
2010년 현대차 블루온을 시작으로 자사 배터리 벤츠 등 완성차 업체에 공급 시작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모든 자동차가 SK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배터리 사업은 계속 달린다. 나도 같이 달리겠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11년 6월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를 방문해 남긴 글이다.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최 회장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 회장의 의지대로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SK온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후발주자로 평가받았지만, 대규모 투자를 발판 삼아 현대자동차그룹,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과의 활발한 협력을 이어가며 글로벌 5위 배터리 업체로 성장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996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해 2005년 이차전지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듬해인 2006년 회사는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HEV) 자동차용 배터리의 미국 내 실차 탑재시험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이로써 국내 이차전지 업체는 LG화학, 삼성SDI, SK 3개사로 늘며 현재의 경쟁 구도가 갖춰졌다.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는 계속됐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다른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함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양극재를 구성하는 금속인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각각 60%, 20%, 20%로 배합한 NCM62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개발해 2014년 양산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이보다 진화한 NCM811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도 세계최초로 개발해 2018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2019년에는 니켈 비중을 약 90% 수준까지 높인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인 NCM9 배터리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또 SK온은 지난달 24일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총 4700억원을 투입해 연구원 시설을 확장하고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및 글로벌 품질관리센터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이 2018년 이후 배터리 및 소재 사업 신·증설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33조원에 달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해나갔다. SK온은 2010년 현대차 블루온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현대차그룹와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11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수 전기 슈퍼카 모델 SLS AMG E-Cell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과 50억달러(한화 약 6조5000억원)를 공동 투자해 북미에 합작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합작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제작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전량 공급될 예정이다. SK온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했고 현대차그룹은 높은 기술력과 우수한 품질을 보유한 배터리를 확보하게 됐다. SK온은 현대차그룹 이외에도 미국 포드 등과도 북미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관련 "전기차 시장 확대 및 배터리 수요 증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고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이루어 낼 것으로 보인다"며 "비용 절감 및 최적 생산 운영 등 지속적인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타사와의 전략적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