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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없어도 잘 나가'…EA 축구 게임 흥행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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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없어도 잘 나가'…EA 축구 게임 흥행 '이상 무'

9월 신작 'EA FC 24', 출시 첫 주차 1130만명 접속
"월드컵 없는 해 FIFA 상표권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앤드루 윌슨 일렉트로닉 아츠(EA) 대표이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앤드루 윌슨 일렉트로닉 아츠(EA) 대표이사. 사진=로이터
일렉트로닉 아츠(EA)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별과 이어진 축구 게임 분야 경쟁이 EA의 '판정승'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FIFA의 이름을 뗀 축구 게임은 여전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반면, FIFA 측의 게임 파트너십은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EA는 지난달 29일 'EA 스포츠 FC 24'를 PC와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으로 정식 출시했다. 표지 모델은 2020년 만 20세에 세계 최대 클럽 대항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에서 최연소 득점왕을 거머쥔 노르웨이 축구 스타 엘링 홀란(Erling Haaland)이 맡았다.
이번 버전은 1993년작 '피파 인터내셔널 사커'의 31번째 후속작이자 시리즈 내에서 최초로 '피파'란 이름을 달지 않고 출시되는 만큼, 전작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출시 후 이는 '기우'로 드러났다. 출시 첫 주에만 약 1130만명이 게임에 접속, 전작의 첫 주 기록인 1030만장 판매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캠 웨버 EA 스포츠 부문 이사는 "수 백만의 팬들이 다시 게임을 찾은 것은 물론, 신규 이용자 수만 따로 집계한 결과 지난해 대비 약 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게이머층도 큰 변동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EA의 국내 파트너 넥슨은 'FC 24'가 출시되기 1주 전인 22일을 기점으로 자국 서비스 버전인 '피파 온라인' 시리즈를 'EA FC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EA FC 모바일'의 경우, 해당 업데이트 적용 후 잠시 매출 순위가 9위에서 15위로 줄었으나 2주 만인 10월 5일을 기점으로 다시 매출 톱10으로 회귀했다. 인기 순위는 오히려 종전 50위권 밖에서 업데이트 직후 20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넥슨이 국내 서비스를 맡은 'EA FC 모바일'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를 나타낸 차트. 사진=모바일인덱스이미지 확대보기
넥슨이 국내 서비스를 맡은 'EA FC 모바일'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를 나타낸 차트. 사진=모바일인덱스

EA와 FIFA는 올 5월 11일, 공식적으로 양사의 IP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됐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 이전에도 EA 측은 'EA 스포츠 FC' 명명권을 확보하거나 지난해 10월 캠 웨버 이사가 "우리의 축구 게임의 명칭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는 등 변경을 준비해왔다.

뉴욕 타임즈가 2021년 10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초 EA는 '피파' 시리즈 개발을 위해 매년 1억5000만달러(약 2010억원)을 FIFA에 지불해왔다. FIFA는 2022년 계약 갱신을 앞두고 '향후 4년간 매년 2억5000만달러(약 3350억원)을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또 EA 측이 경기의 하이라이트 등 보다 포괄적인 IP 활용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했다.

EA가 FIFA란 이름이 없이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게이머들의 팬심이 국제 경기보단 프로 축구 클럽, 유명 선수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EA는 FIFA와의 협상 결렬과 별개로 UEFA,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스페인 라리가 등 주요 클럽 대회 주최측과의 라이선스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또 각 리그의 유명 구단과도 대부분 IP 협상을 유지, 게임 내 대부분의 프로 구단이 제 이름으로 명시돼 있다.

게임 전문지 비디오 게임 크로니클(VGC)에 따르면 앤드루 윌슨 EA 대표는 사내 메일을 통해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이 없다면 FIFA란 이름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그저 게임 카트리지에 알파벳 4글자를 추가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프리미엄이 없는 해의 FIFA 상표권은 사실상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것이다.

FIFA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해 5월 EA와의 협상이 결렬됐음을 알리며 "FIFA는 게이머와 팬를 위한 광범위한 기회와 경험을 보장할 것이며, 시뮬레이션 장르 외 여러 콘텐츠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로블록스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월드컵 테마 월드' 외에 별다른 게임 분야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매체 와이어드는 FIFA에서 2014년 선보인 영화 '유나이티드 패션즈'를 거론하며 "FIFA에게 좋은 콘텐츠를 개발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나이티드 패션즈는 당시 FIFA 회장인 요제프 블라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당시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첫 주 기준 918달러(약 123만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문자 그대로 '폭망(폭삭 망함)'했다.

아밋 카트왈라(Amit Katwala) 와이어드 기자는 "2022년부터 FIFA의 게임 관련 구인 공고나 대형 파트너십에 대한 소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새로운 FIFA 게임이 EA와 축구 게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