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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O 2위 공급국 된 韓 방산, 그 비결은 '생존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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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O 2위 공급국 된 韓 방산, 그 비결은 '생존 DNA'

김유진 방진회장 외신 인터뷰 "서구 방산 공백 속 한국은 24시간 라인 가동"
50만 대군 내수로 만든 '규모의 경제'…명품 무기 중저가 공급의 비결
김유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 방산의 성공은 기적이 아니라, 끊임없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며 구축해 온 '상시 가동' 시스템과 민간 기술과의 융합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사진=한국방위산업진흥회이미지 확대보기
김유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 방산의 성공은 기적이 아니라, 끊임없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며 구축해 온 '상시 가동' 시스템과 민간 기술과의 융합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사진=한국방위산업진흥회

"한국 방산의 속도는 기적이 아닙니다. 휴전선이라는 안보 위협 속에서 단 한 번도 조립 라인을 멈추지 않았던 '상시 가동(Hot)' 상태가 만든 구조적 결과물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가 'K-방산'의 폭발적인 생산 능력에 경이로움을 표하는 가운데, 그 성공의 이면에는 반세기 넘게 축적된 한국만의 독특한 생존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서방 세계가 냉전 종식 후 '평화 배당금(Peace Dividend)'에 취해 방위산업 기반을 와해시킬 때, 한국은 끊임없는 안보 위협 속에서 '생존 DNA'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력 군사 전문지 APDR은 5일(현지 시각) 김유진 한국방위산업진흥회(KDIA) 회장(휴니드테크놀러지스 회장)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어떻게 단기간에 '자유 진영의 무기고'이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제2 공급국으로 부상했는지 집중 조명했다.

비결 1. 멈추지 않는 공장…"설계부터 대량생산 염두"

김 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 방산의 핵심 경쟁력으로 '뜨거운 산업 기반(Hot industrial base)'을 꼽았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냉전 이후 방산 역량을 퇴보시킬 때, 한국은 안보 위협 때문에 높은 준비 태세를 유지했다"며 "폴란드가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주문했을 때, 우리 기업들은 새 공장을 지을 필요 없이 기존 라인의 가동률을 높이는 것만으로 수개월 만에 납품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방산 기업들이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세계적 수준의 민간 상용 기술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이중 용도(Dual-use) 생태계'를 갖춘 점도 속도전의 비결로 지목됐다. 김 회장은 "우리는 청사진 단계부터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다"며 안보 위기 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을 파는 것이 한국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비결 2. 50만 대군의 힘…'규모의 경제'가 만든 가성비


한국 무기가 '최고급 사양을 합리적 가격(High-End Specs at Mid-Range Prices)'에 공급할 수 있는 원동력은 탄탄한 내수 시장에서 나온다.

김 회장은 "한국은 50만 명에 육박하는 상비군을 유지하고 있어, 전차를 50대가 아닌 500대 단위로 구매한다"며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유럽이나 미국 제조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단위 비용을 낮춘다"고 분석했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가 생산하는 전술통신체계(TICN)가 일개 여단이 아닌 군단 전체에 보급되면서 연구개발(R&D) 비용 회수율이 높아지고, 이것이 다시 수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내수와 수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비결 3. 국방의 산업화…"돈 되는 수출이 첨단 기술 만든다"


과거 '애국심'에 호소하던 방위산업이 이제는 국가의 '신성장 동력(New Growth Engine)'으로 변모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 회장은 "수출 시장이야말로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며 "정부도 기업이 수출로 번 돈을 6세대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 방산의 R&D 주도권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중심의 관(官)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ADEX 2025에서 휴니드는 200km 밖의 드론을 추적하는 안테나 기술 등 독자적인 솔루션을 선보였다"며 "이제 한국 기업들은 단순 하청 생산을 넘어 보잉, 제너럴 아토믹스 등 글로벌 공룡들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파트너로 격상됐다"고 역설했다.

비결 4. '기술 통제' 대신 '기술 공유'…파트너십 전략


경쟁국들이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이유로 기술 이전에 인색한 반면, 한국은 과감한 '기술 이전(ToT)'과 현지 생산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구매국들은 단순히 물고기를 사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며 "우리는 IP를 공유함으로써 장기적인 안보 동맹을 얻는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폴란드형 K2 전차(K2-PL) 현지 생산 계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2030년 세계 4강(G4) 진입…"꿈이 아닌 현실"


김 회장은 "2025년 수출 수주액이 230억 달러(약 32조 원)에 육박하고, 주요 4대 방산 기업의 수주 잔고가 100조 원을 돌파했다"며 한국의 '글로벌 방산 4강(G4)' 진입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러시아 방산이 제재로 무너진 틈을 타 한국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기존의 전차·자주포(Steel) 위주 수출에서 잠수함, 호위함, 차세대 전투기(KF-21), 항공전자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면, 미국·러시아·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난 나라로서 안보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한국은 단순한 무기 판매상(Vendor)이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안보를 함께 지키는 영원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