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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美 우크라 지원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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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美 우크라 지원에 불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사진=로이터
서방권을 대표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던 미국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지속하는 문제에 회의적인 미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에만 무기 등을 지원하는 143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1년 하고도 8개월이 지나면서 장기화 국면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에서도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지역으로 쏠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우크라이나를 1년 반 넘게 계속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바이든 “우크라 지원 빠진 의회 예산안 거부할 것”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예산 143억달러에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예산 614억달러(약 83조원) 등까지 패키지로 묶은 총 1050억달러(약 142조원) 규모의 안보 관련 예산안을 지난달 20일 미 의회에 제출했으나 공화당 측이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추진하고 나서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내용으로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제출한 예산안이 미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이번주 중에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별도 법안을 하원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온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존슨 하원의장이 밝힌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상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우크라이나도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더 큰 안보로 가는 길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화당 상원과 하원 지도부 사이에서 우크라이나를 함께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사회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론’ 크게 늘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와 관련한 미국 사회의 여론 추이. 녹색선이 회의적인 여론이다. 사진=갤럽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와 관련한 미국 사회의 여론 추이. 녹색선이 회의적인 여론이다. 사진=갤럽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우크라이나를 빼고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법안을 추진하거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회의론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2일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지, 즉 계속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에 대해 지난달 실시된 갤럽 조사에 참여한 미국인의 25%가 공감을 표한 반면, 41%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로서 적당하다는 의견은 3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벌인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데 찬성하는 여론은 지난해 8월 조사에서 38%에 달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25%로 줄어든 반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다고 보는 여론은 지난해 8월 조사에서는 24%에 그쳤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무려 41%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성향별로 살펴보면 공화당지지 성향 유권자들 가운데서는 절대 다수인 62%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14%가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중도층에서는 44%가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8월 조사에서는 각각 43%, 9%, 28%였던 것이 1년새 모두 눈에 띄게 증가한 셈이다.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대한 미국민의 회의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어느 쪽이 현재 전쟁을 이기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도 확인됐다.

조사 참여자 전체에서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다고 보는 의견은 20%,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는 의견은 1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어느 쪽도 이기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64%로 대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