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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피크차이나(Peak China) 시진핑의 선택…블랙 스완 vs 회색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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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피크차이나(Peak China) 시진핑의 선택…블랙 스완 vs 회색 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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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14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인플레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이나 한국 입장에서 보면 참 부러운 일이다. 문제는 물가 하락이 기조적으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디플레는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섭다.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경제 공황은 인플레가 아닌 디플레 상황에서 터졌다.

중국은 지금 춘제(春節·설) 연휴가 한창이다. 통상적으로 명절 때는 소비 증가로 물가가 오른다. 춘제 물가 상승의 오랜 관행도 올해는 사라졌다. 중국에서 최대 명절 춘제의 필수 음식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뚝 떨어졌다. 1월 CPI 통계를 보면 식품 물가가 5.9%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돼지고기(-17%), 채소(-13%) 등이 특히 많이 내려갔다. 식품 외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소폭(0.4%)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돼기고기 수요는 지난 수개월간 둔화했지만 최대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약한 수요는 임금 감소가 가계를 강타하고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면서 소비와 돼지고기 공급 과잉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값은 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흐름은 디플레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의 CPI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하락’이란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7월 0.3% 하락하며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8월엔 0.1% 상승했고 9월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10월부터 3개월 동안 각각 0.2%, 0.5%, 0.3% 내려갔고 1월 들어 하락폭이 더 커졌다.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PPI는 2022년 10월 1.3% 하락을 기록한 뒤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의 하락은 디플레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CPI가 급격히 떨어진데다 생산자물가 하락도 장기간 지속되면서 중국의 디플레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증가, 소비 부진 등으로 크게 후진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1조 위안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경제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를 받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럼에도 시장 상황은 별로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중국이 '회색 코뿔소' 딜레마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뿔소는 육상동물 중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큰 초식동물이다. 대개 온순한 성격으로 평소에는 잠을 자거나 조용히 풀을 뜯어 먹으며 지낸다. 코뿔소는 그러다가 한 번씩 화를 낸다. 일단 한 번 돌진하게 되면 시속 약 50㎞까지 달릴 수 있다. 사람들은 코뿔소에 받히면 위험하리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코뿔소가 멀리서도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거리만 적정하게 유지한다면 안전할 것이라고 여긴다. 방심하다가 막상 코뿔소의 공격을 받게 되면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 빗대어, 어떠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해 위험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가리켜 '회색 코뿔소(Gray Rhino)'라고 한다.

이 용어는 세계정책연구소(WPI)의 대표인 미셸 부커(Michele Wucker)가 2013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미셸 부커는 2016년 저서 '회색 코뿔소가 온다(The Gray Rhino)'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면서도 그 존재를 부정하여 결국 맞이하게 되는 위기'를 가리켜 회색 코뿔소라고 정의했다. 회색 코뿔소가 등장하는 상황으로는 주로 위험 신호를 무시하거나 위기에 대한 사전 예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시스템을 가지고 있거나,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지 못하고 책임감이 부족한 경우 등을 제시했다.

회색 코뿔소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다. 이는 미국의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파산하면서 시작된 경제위기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에 국제결제은행(BIS),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수사국(FBI) 등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수차례 경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국제금융시장으로 확산되어 많은 국가가 경제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회색 코뿔소와 대비되는 용어로 '블랙 스완(Black Swan)'이 있다. 검은 백조는 보기 힘든 희귀한 존재다. 블랙 스완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고 예측이나 대비가 어렵지만 한 번 나타나면 엄청난 충격을 야기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서방의 경제학자들은 중국 코뿔소의 가장 큰 위험으로 "신용 위기"를 지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최근 10년간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돼 있다. 2022년 말 현재 부채 비율은 이미 300%를 넘어섰다. 증가 속도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중국의 거시경제는 올해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였고, 긍정적 추세를 유지하며 반등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비교적 선방한 게 사실이다. 중국은 올해 초 목표했던 5%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재된 리스크다. 불안정한 대외 환경과 지정학적 리스크, 부동산 침체와 지방 부채 등 대내외적 위험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버블 조정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특히 불안하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3000만 가구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분양은 됐지만 잔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비어 있는 집도 1억 가구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새집을 짓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공급 과잉이 발생한 것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공급 과잉이 별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중국에서 부동산이 무너지면 가계, 정부, 관련 기업들이 일제히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차이나 피크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피크 차이나는 미국의 정치학자인 할 브랜즈와 마이클 베클리가 2022년 출간한 저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에서 제시한 것이다. 그들은 이 책에서 중국의 인구는 이미 2022년 정점에 달했고 생산가능인구는 약 10년간 감소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의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이 예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저명 경제저널은 '세계 대전망'을 통해 '피크 차이나론'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회색 코뿔소와 블랙 스완이 중국을 덮칠 수도 있다는 경고다. 회색 코뿔소와 블랙 스완 공포 앞에 시진핑의 선택이 주목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