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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그룹, 100년만에 최대 위기...500여개 부동산·벤처 기업 '해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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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그룹, 100년만에 최대 위기...500여개 부동산·벤처 기업 '해체' 압박

사기 대출 혐의 4741억원 벌금 폭탄…트럼프와 자녀 3년간 회사 경영 참여 금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월 11일(현지시간) 뉴욕 대법원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월 11일(현지시간) 뉴욕 대법원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글로벌 부동산업체인 트럼프 그룹이 창업 100여 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그룹은 현재 미국과 세계에서 500여 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부가 가족 기업으로 시작한 트럼프 그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사기대출 의혹 재판 선고 공판에서 3억 5500만 달러(4741억원)의 벌금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게 법원의 결정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7일 “트럼프 그룹이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영에 개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운영해야 하는 사태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가 10개월 전까지도 많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공언했으나 이번 판결로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P 통신은 “트럼프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그의 그룹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2022년 9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이 은행과 보험사로부터 유리한 거래조건을 얻으려고 보유 자산가치를 허위로 부풀려 신고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맨해튼지방법원의 아서 엔고론 판사는 이번에 막대한 규모의 벌금 부과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에서 3년간 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금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년간 뉴욕주 내 사업체에서 고위직을 맡을 수 없도록 금지하고, 두 아들에게도 2년간 뉴욕주 내 사업체 고위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 명령을 내렸다. 뉴욕주에 등록된 은행은 앞으로 3년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사업체, 관련 단체에 대출을 못 하게 했다.

트럼프는 이번 판결에 앞서 지난달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330만 달러(1112억원)를 주라는 평결을 받았다. 트럼프가 캐럴이 제기한 성범죄 피해 민사 소송에서 지난해 5월 500만달러 (66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도 나왔었다.
AP 통신은 “엔고론 판사가 지난해에 약식 재판 당시에는 트럼프 기업의 ‘해체’(dissolution) 명령을 했고,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타워를 비롯한 그의 부동산이 ‘폭탄 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엔고론 판사는 지난해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그룹의 뉴욕주 일부 사업 면허를 취소했다가 이번 본 판결에서는 이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그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업들에 대한 2명의 준법감독관 임명을 명령했다. 이들 감독관이 트럼프 기업의 향후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벌금과 위자료 납부를 위해 자산 일부를 매각할 수 있으나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고려할 때 그의 부동산 가치를 측정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산은 부동산에서 벤처기업까지 세계적으로 약 500개에 달한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그의 순자산을 26억 달러(3조 4723억원)로 추산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현금 또는 현금등가물은 가장 최근 연간 재무제표인 2021년 6월 말 기준 2억 9400만달러(약 3900억원)이다. 이번에 벌금 규모가 3억 달러에 달하기에 그가 벌금을 모두 내려면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재정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미국 언론이 지적했다. NBC 뉴스는 트럼프'재정적 쓰나미'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지난 2021년 퇴임한 이후 그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 그룹이 해외에서 활발하게 추진해 온 비즈니스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이 2021년부터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재개했다. WSJ은 트럼프 그룹이 세계에서 49개의 개발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최소 17개의 주거용 빌딩과 12개의 골프장, 12개의 호텔 개발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지난 2022년 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동산 개발회사와 합작해 오만에 16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 상당의 골프장과 리조트를 건설하는 계약을 맺었고, 2021년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에 두 번째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이 그룹 운영을 맡고 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최다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