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도쿄일렉트론과 ASML과 같은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계속 허용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면서 대만의 방위비 부담을 주장해 대만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최강자 엔비디아 주가가 6.6% 하락한 것을 비롯해 브로드컴과 AMD 주가도 각각 7.9%와 10.2% 급락하며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 장비 공급업체 ASML은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2분기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규제 우려 속에 주가가 12.7% 급락했다.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4%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2022년 이후 최악의 하락 폭을 기록하며 2.76% 급락했다. 월가 공포지수인 변동성지수(VIX)는 5월 초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강세장 끝물인가
그동안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스프트(MS) 등 대형 기술주가 랠리를 주도해 왔던 시장은 예상외의 악재가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밀러 타박 앤 컴퍼니의 매트 말리는 블룸버그에 “반도체 관련 뉴스는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조정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라며 “주가지수도 매우 과매수 상태”라고 진단했다.
가뜩이나 지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술적 과매수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소위 ‘매그니피센트 7’ 주식의 모멘텀 약화를 상쇄할 만큼 시장의 폭과 넓이가 확장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골드만삭스의 스콧 러브너는 지난주 투자자 메모에서 S&P500 지수가 7월 중순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후 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주식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기 때문에 조정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브너에 따르면 1928년 이래로 미국의 주가지수는 7월17일에 실질적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8월로 향하면서 하락했다.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는 시장이 “전형적인 강세장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메가캡 기술주에서 경기순환주와 소형주로의 로테이션은 고무적이지만, 그것이 너무 단기간에 일어나 다소 억지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날 시장의 반응이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움직임이 처음 언급된 것도 아닌 만큼 그 여파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테크어낼리시스 리서치의 밥 오넬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시장을 이끄는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반응은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 규제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한동안 시행되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엔비디아 등 기업이 설계한 AI 프로세서의 수출을 제한하는 전면적인 규제에 나서는 등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인 바 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전략가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뉴스 영향력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면서도 “지난 몇 주 동안 반도체 주가가 전체 시장 대비 저조한 성과를 보여왔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