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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가 뚝딱 만든 ‘팁 과세 금지’ 공약, 대선 승리 ‘굳히기 카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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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가 뚝딱 만든 ‘팁 과세 금지’ 공약, 대선 승리 ‘굳히기 카드' 되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내가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면 팁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포기를 저울질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마련했다는 이 공약이 뜻밖으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트럼프의 승산을 더 키울지 주목되고 있다.

이 공약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국 유권자만 무려 400만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 트럼프 “팁에 과세하지 않도록 바꾸겠다” 공약


미국은 오래전부터 팁을 주는 문화가 뿌리내린 나라로 유명하다.

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미국민이 식당 등에서 계산하면서 추가로 내는 팁으로 쓴 돈은 무려 380억 달러(약 52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국 정부의 지난해 예산 639조원의 10분의 1에 육박할 정도로 막대한 규모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식당 종업원 등 손님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주로 받는 팁에 세금을 물리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약을 마련해 홍보에 널리 나서고 있다.

트럼프가 현재 선거 유세장을 돌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이 공약을 알리는 일을 빼놓지 않고 있을 정도로 이 공약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는 식당에서 계산을 할 때마다 계산서를 준 종업원에게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밀어주면 팁에 물리는 세금이 사라지게 된다고 알려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한 달 전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공약


NYT는 “트럼프의 이 공약은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공약은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검토 끝에 마련된 공약이라기보다는 트럼프 개인의 즉흥적인 생각에서 나온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가 이 공약을 만든 시점은 불과 한 달 전이다.

트럼프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한 호텔의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계산하는 과정에서 팁을 받은 종업원이 “팁에도 세금을 물리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다”며 팁에 부과하는 세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트럼프가 그 자리에서 “내가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공약이 만들어졌다는 것.

트럼프는 “그 종업원 얘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의 상당 부분을 팁에 의존하는 노동자들에게 그런 애로가 있었는지 몰라 뜻밖이었다는 얘기다.

◇ 트럼프 대선 승리 ‘굳히기’ 카드

NYT에 따르면 소득의 상당 부분을 팁으로 채우는 미국 직장인은 현재 4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공약을 공화당이 트럼프의 11월 대선 승리 가능성을 굳히기 위한 카드로 적극 활용하려는 이유다.

NYT는 “트럼프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들도 이 공약이 정식으로 발표될 때까지 팁에 대한 과세를 금지하는 방안 자체에 대해 생경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이 공약은 즉흥적인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공화당은 이 공약이 향후 대선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란 판단 아래 이를 주요 공약으로 띄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코노미스트로 현재 트럼프 후보 경제자문역으로 활동 중인 스티븐 무어는 NYT와 한 인터뷰에서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검토한 끝에 나온 공약도 아니고 진지한 공약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해 이 공약이 즉흥적으로 마련됐음을 시인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적 관점으로 보면 이 공약은 홈런에 가까울 정도로 큰 승리를 가져다줄 카드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