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동맹인 美 조선업 재건에 힘 보탤 것"
헌팅턴 잉걸스와 함정 생산 협력하기로
팔란티어와는 AI조선소·무인정 공동개발
美 조선사와 전략적 제휴…협력 점진적 확대
헌팅턴 잉걸스와 함정 생산 협력하기로
팔란티어와는 AI조선소·무인정 공동개발
美 조선사와 전략적 제휴…협력 점진적 확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미국 조선소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지 시장 공략과 함께 한·미 양국 조선업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수주는 참여를 신중히 검토하면서도, 미 현지 방산 기업들과는 일찍이 손을 잡고 한·미 양국의 조선업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겠다는 구상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올해 미 해군 지원함과 전투함 MRO 사업을 2~3척가량 수주한다는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는 지난해 7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맺으며 미 해군 함정 MRO 입찰 자격을 얻었다. HD현대는 함정 MRO·건조에 그치지 않고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한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에게 “한국과 미국은 혈맹으로 맺어진 친구이자 최고의 동맹국”이라며 “HD현대가 가진 최고의 기술력과 선박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산업 재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조선 동맹’의 교두보로는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의 협력이 꼽힌다. 양사는 지난달 7일 만나 이지스함 등 함정 건조 역량을 모아 생산성을 키우고, △디지털 조선소 구축 △인력 양성 △기자재 공급망 참여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두 조선사는 우선 강습함을 비롯한 주력 전투함을 중심으로 건조하는 미시시피주 소재 조선소에서 협력 물꼬를 틀 예정이다.
정우만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기획담당 상무는 지난달 24일 HD한국조선해양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이지스함 건조 역량을 갖춘 미 대표 방산 조선소지만 미 해군이 요구하는 수준의 생산성을 내지 못해 HD현대와 헌팅턴 잉걸스가 노하우 공유와 기술협력을 해나가기로 한 것”이라며 “(HD현대가 함정을 건조하기에는 아직) 미국 내 법적·제도적 허들이 있어 함정 공급망 참여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블록 단위 제작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일찍이 미 조선·방산업계와 기술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하며 협력 기반을 다져왔다. AI 방산기업 팔란티어와 2021년부터 데이터, 가상증강현실, 로보틱스, 자동화, AI 등 디지털 기술이 구현된 미래형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부터는 2026년 개발을 목표로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호를 공동 연구 중이다.
미 방산 기업 ‘안두릴’과는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을 결합한 무인수상정 자율 임무 수행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미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조선해양 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꾸린 컨소시엄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7월에는 카를로스 델 토로 당시 미국 해군장관의 요청으로 미국 미시간대학교, 서울대학교와 함께 ‘조선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HD현대는 미국 현지 방산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에서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조선소 현대화와 자동화를 원하는 만큼 기술 우위에 있는 한국 조선사들은 단계별로 협력 수준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