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핵심 희토류 정제 90% 장악…자동차·첨단산업 '생명줄' 쥔 셈
재활용·기술개발 안간힘에도 신규 광산·처리시설 확보에 '시간·비용' 한계
재활용·기술개발 안간힘에도 신규 광산·처리시설 확보에 '시간·비용' 한계

2024년 기준 중국은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의 69%, 매장량의 거의 절반을 통제하고 있으며, 특히 영구자석 제조에 꼭 필요한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 같은 4대 희토류 정제 공급의 90% 넘게 중국이 쥐고 있다. 희토류 없이는 현대 자동차를 비롯한 첨단 산업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 '탈중국' 나선 서방, 공급망 다변화 안간힘
지난 28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서방은 희토류 광물의 다른 공급처를 발굴하고,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며, 수명이 다한 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활용을 확대하는 등 다각도로 대처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는 "희토류 없이는 현대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하며 중국 기업들의 공급망 지배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2024년 9월 미 국방부는 형광등 같은 국내 재활용품에서 희토류 산화물을 추출하는 새싹 기업 '레어 어스 솔츠'에 420만 달러(약 58억 원)를 투자했으며, 일본 토요타 자동차 역시 희토류 사용량 감축 기술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 광산과 정제 시설을 새로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높은 수준의 전문성도 필요해 짧은 기간 안에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는 어려운 과제다.
알릭스파트너스 분석가들은 일반적인 단일 모터 배터리 전기차 한 대에는 약 550그램(1.21파운드)의 희토류 함유 부품이 들어가는 반면, 하이브리드차에는 510그램, 가솔린차에는 140그램만 쓰인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에클스턴 홀가르텐 앤 컴퍼니 수석 겸 광업 전략가는 "(미국 안) 전기차 보급이 더디고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 뒤로 미뤄지면서, 전기차에 쓰는 중국산 자재를 바꿀 필요성이 줄고 있다"면서도 "머지않아 1세대 전기차들이 재활용 대상이 돼, 서방이 통제할 수 있는 중국 바깥 공급원의 자재 못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에서 팔리는 새 승용차의 절반 이상이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인 데 반해, 미국은 여전히 가솔린차가 대부분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미국 새 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7.5%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조금 느는 데 그쳤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의 약 3분의 2가 그곳에서 조립됐지만, 부품 생산도 상당 부분을 수입에 기댄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국인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시장을 더욱 뒤틀 것"이라고 우려한다.
◇ 中, 희토류 무기화?…수출 통제 카드 '만지작'
중국은 지난 2024년 4월 초, 7개 희토류 품목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알릭스파트너스 자료를 보면 여기에는 단일 모터 전기차 한 대에 보통 9그램이 쓰이는 터븀이 들어갔다. 한편, 2023년 12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다른 금속 통제 목록에는 단일 모터 전기차에 평균 50그램이 쓰인다고 알릭스파트너스가 밝힌 세륨의 수출 제한 조치가 담겨 있다. 이런 통제로 중국 안 희토류 취급 기업들은 외국에 팔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휴전 직후인 지난 5월 15일, 중국의 주요 희토류 자석 생산업체 세 곳이 상무부로부터 북미와 유럽으로 수출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수출 규제는 희토류를 넘어 다른 전략 광물로도 넓어지고 있다. 2023년부터는 반도체 제조에 꼭 필요한 갈륨과 저마늄, 2024년에는 안티몬(탄약, 원자력, 납축전지 등에 활용) 수출도 막고 있다.
국제 기업들에는 희토류 확보를 위해 중국 말고 다른 대안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점이 큰 문제다. 새로운 광산 개발은 운영 허가까지 여러 해가 걸리며, 처리 공장 설립에도 많은 시간과 전문 기술이 들어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중국은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 제조에 쓰이는 4대 자석 희토류(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의 전 세계 정제 공급량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헨리 샌더슨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부연구원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200킬로그램 넘는 광물 중 약 70%가 중국을 거치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차량과 제조사마다 달라 정확한 숫자를 매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재활용만으론 역부족…국방 수요는 '블랙홀'
그러나 희토류 재활용은 에너지를 많이 쓰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아직 대량 공급을 대신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미국 안 전기차 도입이 늦춰진다 해도, 희토류는 국방 분야에서 훨씬 많은 양을 쓴다.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F-35 전투기 한 대에는 900파운드(약 408kg)가 넘는 희토류가 들어가 대체하기 매우 어렵다.
◇ 텅스텐 등 전략 광물도 '빨간불'…공급 부족 현실화
텅스텐 역시 2024년 기준 세계 생산량의 80%를 중국이 만들며, 미국은 텅스텐 수입량의 27%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금속 자문 회사인 인디펜던트 서플라이 비즈니스 파트너의 마이클 도른호퍼 설립자는 "전기차 배터리 한 개당 보통 약 2kg의 텅스텐을 쓴다"면서 "이 텅스텐은 최소 7년 동안 재활용 과정으로 돌아올 수 없으며, 사용량이 적어 다시 쓰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짚었다.
텅스텐 채굴 회사 알몬티의 루이스 블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세계 텅스텐의 50%는 중국이 자국 안에서 쓰므로 사업에 큰 변화가 없지만, 문제는 중국에서 생산돼 서방으로 향하는 나머지 40%의 공급이 막히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올해 한국의 자사 텅스텐 광산이 다시 가동하면 미국, 유럽, 한국의 국방 분야 수요는 중국 바깥 공급으로 채울 수 있겠지만, 자동차, 의료,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중국 아닌 곳의 공급이 여전히 모자라다"고 덧붙였다.
한국 같은 일부 나라에서 새 광산 개발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국방과 핵심 산업을 뺀 민간 수요까지 모두 채우기에는 모자란다는 평가다.
서방권은 희토류 재활용, 대체 기술 개발, 새 광산 발굴 등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애쓰고 있지만, 짧은 기간에 공급망을 여러 곳으로 넓히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 광물의 세계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의 강한 영향력 아래 있으며, 앞으로도 지역 내 정치적 긴장과 공급망 불안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