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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이재명 대통령 실용주의 외교로 한·중관계 회복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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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이재명 대통령 실용주의 외교로 한·중관계 회복 추진”

"최저점 한중관계 회복하되 한미일 협력 유지"...지정학적 줄타기 전망
위성락 안보보좌관 "1992년 수교 후 가장 낮은 썰물"...전략적 협력 파트너십 구축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6월 4일 서울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6월 4일 서울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가치기반 외교를 폐기하고 실용주의에 입각한 균형 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최저점'에서 되돌리겠다고 천명하는 등 경색 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관계 회복에 본격 나서고 있다고 7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 "흑백논리 버리고 실용주의로"


이재명 정부의 對 중국 정책 방향은 지난 4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위성락 베테랑 외교관의 발언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위 보좌관은 현재 한·중관계가 1992년 외교 관계 수립 이래 "가장 낮은 썰물"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윤 前 대통령은 '친구 혹은 적'이라는 틀을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에도 적용했다"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가치기반 외교를 추구한다고 주장했지만, 불법 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이 두 가지를 모두 약화시켰다"고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반해 이재명 정부는 이런 이념적 이분법을 피하겠다고 강조했다. 위 보좌관은 "우리는 흑백의 접근법을 피하고 대신 국익에 기반을 둔 실용적인 길을 추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사에서 "국익과 실용주의의 관점에서 이웃 국가들과 교류할 것"이라며 "중국은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며 한반도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이전 정부 하에서 최악의 상태에 접어든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 복원 목표


새 정부는 중국과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수립됐지만 사드(THAAD) 배치, 홍콩 민주화 시위,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으로 사실상 공전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의 기본 틀을 복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성락 보좌관은 "양국 모두 서해의 안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해양 갈등 해결 의지도 보였다. 최근 서해에서는 중국이 한국 조사관들의 철골 구조물 접근을 차단하고, 양국 사이 수로 일부에 '항해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새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안정화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한·러 관계 악화와 북러 군사협력 강화 상황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현실적 제약 요인들


그러나 이 대통령의 對 중국 관계 개선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제약 요인들이 만만치 않다. 우선 윤석열 정부 시절 촉발된 반중 정서가 한국 국민들 사이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이다. 서울 소재 대통령 리더십 연구소의 최진 소장은 "반중 정서가 한국인들 사이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제약은 격화되는 미·중 전략 경쟁이다. 전남대 윤성석 정치학 교수는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을 심화함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은 기동할 여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화여대 리프-에릭 이즐리 교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를 강화하고 군사 억지력, 경제안보, 조율된 외교에 다시 초점을 맞춤으로써 동맹을 안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며 한미 동맹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겨레 정석구 전 편집장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라는 워싱턴의 압력이 이재명의 외교적 기동성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한·미·일 협력 틀 내에서 균형점 모색


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함께 한·미·일 3자 협력 체제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축전에서 한·미·일 체제가 "지역 안보를 강화하고, 경제적 회복력을 강화하며,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수호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하며 협력 지속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더라도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프-에릭 이즐리 교수는 이 대통령이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며 전임 정부의 성과 중 유지할 가치가 있는 부분들을 지적했다.

인천대 이준한 정치학 교수는 "초강대국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점점 더 갈등을 빚고 있는 반면, 북한은 러시아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이 대통령이 움직일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북한 변수와 다자 협력 복원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실용주의적 접근을 예고했다. 그는 남북 군사 핫라인 복원, 도발적 전단 캠페인과 선전 방송 중단, 대화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성락 보좌관은 다자간 참여 복원을 촉구하며 "미국, 일본,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과거에도 그렇게 했고, 우리도 지금 똑같이 해야 한다. 불행히도 상황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6자회담 같은 다자 틀 복원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한·미 동맹이라는 기본 틀 안에서 실용주의에 입각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되, 격화되는 미·중 경쟁과 국내 반중 정서라는 제약 요인들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