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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英 은행세 인상론 경고…5.8조원 런던 투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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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英 은행세 인상론 경고…5.8조원 런던 투자 변수

힐리 재무장관에 높은 세금이 금융 일자리 내몬다고 경고
10월 예산 앞두고 노총은 증세 압박…은행권 본격 로비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사진=로이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영국 정부의 은행 증세 가능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세계 최대 은행을 이끄는 다이먼 CEO가 신임 영국 재무부 장관에게 세금 부담이 커지면 금융 일자리와 투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직접 경고하면서 오는 10월 예산안을 앞둔 영국 정부와 금융업계의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이먼 CEO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존 힐리 영국 재무부 장관과 통화에서 높은 세금이 일자리를 다른 곳으로 내몰 수 있다며 뉴욕의 금융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데는 높은 세 부담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이 통화는 힐리 장관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힐리 장관은 아직 은행 증세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 은행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노동계가 은행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려 가계 에너지 비용 지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은행권에서는 10월 예산안에 추가 과세가 포함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다이먼, 신임 재무장관에 증세 부작용 경고

FT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힐리 장관과의 통화에서 은행 이익에 대한 횡재세나 부유층을 겨냥한 광범위한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내용을 아는 한 관계자는 “다이먼 CEO가 영국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장을 촉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좋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세금 문제가 통화의 주된 의제는 아니었으며 대화 분위기도 우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이먼 CEO는 힐리 장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통화한 주요 은행 CEO 가운데 한 명이다. 영국 재무부는 다음주에도 다른 은행 경영진과 잇따라 접촉할 예정이다.

금융업계 역시 10월 예산을 앞두고 본격적인 로비에 들어갈 태세다. 고금리로 은행 수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금융권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5조7600억원 런던 신사옥도 세제 환경과 연결

다이먼 CEO가 영국 은행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JP모건의 대규모 런던 투자도 자리 잡고 있다.

JP모건은 런던 카나리워프 리버사이드에 30억파운드(약 5조7600억원)를 투입해 대형 신사옥을 건설할 계획이다. JP모건은 지난해 레이철 리브스 당시 재무부 장관의 예산안 발표 다음날 이 계획을 공개하면서 영국에서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투자의 전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이먼 CEO는 당시 예산안을 앞두고 리브스 장관과 직접 논의하며 은행 증세에 반대했다. 은행권의 로비 결과 지난해 예산안에는 금융업계가 우려했던 추가 세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이먼 CEO는 지난달에도 앤디 번햄 영국 총리를 공개적으로 향해 은행에 세금을 더 부과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JP모건 주주들이 영국의 은행 추가 과세로 지금까지 50억달러(약 7조900억원)를 부담했다며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다른 곳보다 무겁게 과세하는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다이먼 CEO가 이번 통화에서 신사옥 사업 철회를 위협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JP모건의 투자 논의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기업이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세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은행은 이미 법인세 외 추가 부담

영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일반 기업보다 높은 세 부담을 지우는 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영국 은행들은 일반 법인세율 25%에 더해 이익에 3%포인트의 추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대차대조표 규모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별도의 은행 부담금도 내고 있다.

그러나 고금리 환경에서 은행들의 수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권에 추가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영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은행에 적용되는 추가 세율을 높여 확보한 재원을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힐리 장관에게 요구하고 있다.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를 지원하는 재원을 금융권에서 조달하자는 것이다.

은행권은 반발하고 있다.

아나 보틴 산탄데르 회장은 지난 6월 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은행 과세체계가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과도한 수익을 올리는 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려 한다면 금융업 이외에도 살펴볼 분야가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예산 앞두고 세수와 투자 사이 선택

힐리 장관에게는 세수 확보와 투자 유치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번햄 정부는 생활비 부담 완화와 공공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은행권은 최근 수익이 크게 늘어 정부와 노동계가 추가 세원을 찾을 때 손쉽게 거론될 수 있는 대상이다.

반면 런던은 뉴욕을 비롯한 세계 주요 금융도시와 금융회사, 자본, 고급 인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다이먼 CEO는 세 부담이 계속 커지면 금융회사들이 인력과 투자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도 최근 번햄 정부가 기업에 대한 추가 증세나 대규모 차입으로 경제 회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힐리 장관에게 경고했다.

영국 재무부는 힐리 장관이 금융업계를 포함해 경제 각 분야의 고위 관계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오는 10월 첫 예산안을 내놓는 힐리 장관이 은행의 높은 수익을 새로운 세원으로 활용할지 아니면 영국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대규모 투자 유치를 우선할지가 향후 논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