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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스크·맘다니 시민권 박탈 검토”…법적 가능성 두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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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스크·맘다니 시민권 박탈 검토”…법적 가능성 두고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올리게이터 알카트라즈’로 불리는 이민자 수용소로 향하던 중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맘다니와 머스크에 대한 체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올리게이터 알카트라즈’로 불리는 이민자 수용소로 향하던 중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맘다니와 머스크에 대한 체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조런 맘다니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미국 시민권 박탈 가능성을 언급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이하 현지 시각) 알자지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플로리다 ‘올리게이터 알카트라즈’로 불리는 이민자 수용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맘다니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추방 작전을 방해하면 체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에 대해서도 “보조금이 없다면 공장 문을 닫고 남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시민권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 조런 맘다니 “대통령이 나를 체포·추방하겠다고 협박”


민주사회주의자로 알려진 맘다니는 우간다 캄팔라 출신으로 7세에 미국으로 이주해 2018년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는 최근 ICE의 불심검문과 추방에 반대하며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공화당 소속 앤디 오글스 테네시주 하원의원은 지난달 26일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맘다니의 시민권 취득 과정에 대한 조사 요청 서한을 보냈다. 오글스는 이 서한에서 “맘다니가 테러 관련 인물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당시 이를 숨긴 것이라면 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글스는 특히 맘다니가 과거 SNS에서 “홀리 랜드 파이브(Holy Land Five·2008년 하마스 지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단체)의 우리 형제들을 석방하라”고 언급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맘다니가 “글로벌 인티파다(민간인을 겨냥한 폭력을 세계로 확산하자는 구호)”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맘다니는 2일 자신의 X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나를 체포하고, 수용소에 가두고, 시민권을 박탈하고, 추방하겠다고 위협했다”면서 “나는 어떤 법도 어긴 적이 없다. 다만 ICE가 우리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 것을 막겠다고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 머스크에 대해서도 “정부효율부 통해 검토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도 시민권 박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보조금이 없었다면 일론은 이미 로켓도, 위성도, 전기차도 없이 남아프리카로 돌아갔을 것”이라면서 “정부효율부를 통해 철저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효율부는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반에 신설한 자문기구로 지난 5월 30일 머스크가 자진 사임한 상태다.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나 17세 때 캐나다로 이주했고, 이후 미국으로 옮겨와 2002년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거액을 기부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골자로 한 ‘빅 뷰티풀 법안’을 통과시키자 반발하며 자립 정당 창당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 시민권 박탈 가능성 낮아…“정치적 협박일 뿐”


법조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법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이클 케이건 네바다대 라스베이거스 캠퍼스 법학 교수는 알자지라에 “시민권 박탈은 원칙적으로 시민권 신청 당시 중대한 허위가 있거나 테러나 전쟁범죄와 같은 중범죄가 입증될 때만 가능하다”면서 “머스크나 맘다니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정치적 협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도 지난달 11일 배포한 내부 메모에서 “허위 진술이나 중요 사실의 은폐로 시민권을 얻은 경우에만 민사 절차를 통해 시민권 박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과거엔 공산주의자·나치 동조자도 박탈


시민권 박탈은 20세기 초·중반에는 비교적 흔한 일이었다. 1917년부터 1920년, 1947년부터 1957년 사이 ‘레드 스케어(공산주의 공포)’ 시기에는 공산주의자와 나치 동조자 수백 명이 시민권을 잃었다.

예를 들면 리투아니아 출신 무정부주의자 엠마 골드먼은 제1차 세계대전 징병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1919년 시민권이 박탈돼 소련으로 추방됐다. 1937년 시민권을 얻은 독일계 이민자 파울 크나우어는 1946년 나치 선전단체와의 연계 사실을 숨긴 혐의로 시민권을 잃었다.

그러나 1967년 미 대법원은 “중대한 허위가 없는 한 시민권을 강제로 박탈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례는 지금도 유효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