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다 높은 비AI 수익성…안정적 이익 창출원 역할
애저 39% 급증, 오피스도 견조…클라우드·소프트웨어 동반 호조
애저 39% 급증, 오피스도 견조…클라우드·소프트웨어 동반 호조

실제로 2025 회계연도 4분기(2025년 6월 마감) 실적을 보면 이러한 성장세가 명확히 드러난다. 이 분기 MS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난 764억 달러(약 105조 7299억 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43억 달러(약 47조 4677억 원)와 272억 달러(약 37조 6420억 원)로 23%, 24% 급증했다. AI와 비AI 사업 모두가 함께 성장한 결과다.
최근 MS 실적을 이끈 핵심 동력은 단연 클라우드 사업이다.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26% 성장해 299억 달러(약 41조 3786억 원)에 이르렀다. 이 중 핵심인 애저(Azure) 서비스 매출은 지난해보다 39%나 늘었고, 연간 매출 환산액은 750억 달러(약 103조 8075억 원)를 넘어서며 회사의 성장 엔진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 3월 분기 애저 성장의 절반 이상이 비AI 서비스에서 나온 만큼, 전통적인 클라우드 수요 역시 탄탄하다.
다른 비AI 사업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생산성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부문은 16% 성장한 331억 달러(약 45조 8203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윈도우와 엑스박스(Xbox)를 아우르는 '개인용 컴퓨팅' 부문 역시 9% 증가한 135억 달러(약 18조 685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비AI 사업의 호조는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AI에 대한 기대감이 기업 가치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으나, 특정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재무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비AI 사업은 AI 기술과 상승 효과를 내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워드, 엑셀 등을 위한 AI 비서 코파일럿이 6월 분기에 사상 최대 신규 사용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앞으로 코파일럿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MS 소프트웨어의 충성 고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수익성을 보면 비AI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마크 모덜러 분석가는 3월 분기 기준 애저 내 비AI 사업의 매출 총이익률을 약 73%로 추산했다. 반면 AI 사업은 막대한 초기 기반시설 투자 비용 때문에 이익률이 30~40%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비AI 부문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 노릇을 하는 것이다.
◇ 경쟁 우위 속 높은 몸값은 '과제'
시장 상황도 좋다. 연초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세계 경제 둔화 우려에 기업들의 IT 지출이 주춤했다. 그러나 2분기 들어 개선 조짐이 뚜렷하다. UBS가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클라우드 컴퓨팅 지출에 '분명한 어조의 개선'이 나타났고 대부분 기업이 클라우드 전환 작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었다.
물론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MS는 경쟁사인 아마존, 구글이 갖추지 못한 폭넓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제품군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는 강점이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AWS)은 6월 분기 17.5% 성장에 그쳐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이에 아마존의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애저의 최근 강세가 "정말 한순간"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처럼 탄탄한 성장세에도 투자자들의 고민은 높은 가치 평가에 있다. 주가가 4월 초 이후 약 40% 급등하며 선행 주가수익비율(P/E)은 33배를 웃돌았다. MS의 주가수익비율은 아마존보다 조금 높고, 약 18배에 거래되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그러나 MS의 성장이 AI라는 한 가지 재료가 아니라 탄탄한 비AI 사업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이런 높은 가치 평가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 AI 중심 재편…칼바람 부는 '화이트칼라'
화려한 실적 이면에는 AI 시대를 대비한 혹독한 체질 개선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MS는 최근 약 9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감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월과 5월에 이은 올해 세 번째 구조조정으로, 연간 감원 규모는 MS 역사상 최대 수준에 이른다.
이번 구조조정은 기존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던 40~50대 중간 관리자급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는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전통적인 계층 구조에서 벗어나 AI 중심의 수평적·기능적 조직으로 전환하려는 MS의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은 MS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50대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조직 효율화와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기획·분석 등 중간 관리자의 고유 영역까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고임금 전문직인 화이트칼라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MS의 대규모 감원을 산업 구조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한다. 한 관계자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 아니라 전통적 계층형 조직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중간 관리자 감축은 그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전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개인과 조직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