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관세를 외교 ‘압박 수단’으로 활용…브라질·인도 등 보복 대상 확대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관세를 외교 ‘압박 수단’으로 활용…브라질·인도 등 보복 대상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한 고율 관세 부과 조치를 외교·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미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일본에 대해서는 일부 관세를 완화하는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브라질·인도·스위스 등은 협상에서 제외돼 최대 50%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맞게 됐다.

◇ 경제 논리 넘어 정치·외교 압박 도구로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경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기소와 자국 대법원의 소셜미디어 규제 등을 이유로 50% 관세를 부과했다.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아 기존 계획(25%)보다 두 배 높은 50% 관세를 매겼다. 캐나다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한 데 대해서는 미·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제외 품목에 35% 관세를 부과하며 “협상 타결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거래 우선주의’가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더글러스 어윈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합의가 며칠이나 지속될지, 혹은 어떤 명분으로 다시 관세를 올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정치 보복’ 대상 확대…국제 무역질서 흔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멕시코에 불법이주 차단을, 콜롬비아에 미국 내 추방자 수용을 압박하며 관세를 위협한 바 있다.

그러나 FT는 이번 임기 들어 비경제적 이유로 상업적 제재를 가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캐나다·멕시코에도 ‘펜타닐 확산 방지 미흡’을 이유로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스페인에는 국방비 증액 거부를 문제 삼아 “무역에서 두 배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부시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비즈니스외교학 교수는 “트럼프가 ‘판사이자 배심원’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매우 도발적”이라며 “보복 관세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농업·어업 등 국민의 생계를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그가 대화 원치 않는다면 나도 굴욕을 당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 합의문 없는 ‘구두 거래’…시장·경제 불안 요인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영국·인도네시아 등과 합의했다고 발표한 일부 무역 거래가 서면 문서 없이 발표되는 경우가 많아 양측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외교당국은 “유럽산 와인·주류가 관세에서 제외될 것”이라 했지만, 미국 측은 “프랑스 샴페인과 코냑도 부과 대상”이라고 했다. 일본 투자 약속액에 대해서도 양국 발표 내용이 달랐다.

통상 전문가인 테드 머피 미국 변호사는 FT와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합의가 아니어서 언제든 목표가 바뀔 수 있다”며 “글로벌 무역 질서에 상시적 불확실성을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