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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I칩 이어 HBM까지 美에 수출 허가 요구…삼성·SK하이닉스 '청신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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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I칩 이어 HBM까지 美에 수출 허가 요구…삼성·SK하이닉스 '청신호' 될까

10월 예정된 APEC 정상회의서 판가름 날 수 있어
SK하이닉스, H20 주력 물량 공급…4분기 추가 생산 검토
삼성전자, HBM3E 12단 퀄테스트 통과 주력…소외 가능성
SK하이닉스가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개최된 'TSMC 2025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 참가해 선보인 HBM4와 HBM3E 모습.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개최된 'TSMC 2025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 참가해 선보인 HBM4와 HBM3E 모습. 사진=SK하이닉스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성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출 제한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를 허가해주지 않는다 해도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칩 H20의 수출 허가가 시작된 만큼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무역 협상팀은 최근 미국 행정부 관계자와 만나 HBM 수출 통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이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중국에 고사양 HBM의 수출을 금지했는데 이를 풀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미·중전략경쟁특위의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은 "중국은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닌 게임용 칩을 첨단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며 상무부와 엔비디아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10월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개최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HBM 규제 완화 여부를 판가름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에서 열린 반도체 컨퍼런스 2024GTC에서 전시된 삼성전자 HBM3E 12H 제품에 서명한 모습. 사진=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에서 열린 반도체 컨퍼런스 2024GTC에서 전시된 삼성전자 HBM3E 12H 제품에 서명한 모습. 사진=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중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SK하이닉스의 HBM은 중국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칩 H20의 수출을 허가하면서 엔비디아는 H20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TSMC에 H20 30만 개를 추가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H20 재고가 60만~70만 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0만 개에 이르는 물량이다.

H20과 매칭되는 HBM은 당초 HBM3였지만 엔비디아가 올해 초 HBM3E 8단으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공급을 책임질 예정으로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물량을 담당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추가 생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전자에는 H20 판매 수혜가 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H20에 사용되는 HBM3E 8단 제품이 아니라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퀄테스트(품질 테스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퀄테스트 통과 실패로 HBM3E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해 통과에 집중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수출 제재 전까지 H20에 HBM을 공급한 여력이 있다"면서 "중국 물량이 추가되면 수요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