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제조업 부흥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걸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제조업 현장은 인력 부족과 구조적 쇠퇴에 직면해 있으며 이 공백을 메우는 방식은 ‘고용 확대’가 아니라 로봇과 인공지능(AI) 자동화 도입으로 가속화되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매체 인크 등이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인력난 심화, 로봇이 대체하는 현장
인크는 최근 미국의 태양광 산업을 예로 들며 “프로젝트 현장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단기간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지만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톰 예슈룬 시브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전했다.
글로벌 물류업체 DHL은 영국·아일랜드에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해 1000대 이상의 로봇을 투입하기로 했고 중국에서도 상하이 로봇 스타트업 아지봇과 푸린정밀이 협력해 휴머노이드 로봇 100대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 미국 제조업, 고용 감소와 기술 유출
IT 매체 웹프로뉴스는 미국 첨단 제조업 고용이 2000년대 초반 이후 20% 이상 줄었다고 지적했다. 항공우주·전자·정밀기계 분야에서 인력이 사라지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단순 조립뿐 아니라 연구개발(R&D)마저 해외로 이전해 국내 경쟁력이 더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웹프로뉴스는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법 등으로 지원에 나섰지만 임금 정체, 재교육 부족 같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장에는 더 많은 로봇이 들어오고 사람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 AI 자동화, 투자 기회로 부각
투자 분석매체 에이미 인사이트는 글로벌 AI 기반 산업 자동화 시장이 올해 1698억 달러(약 232조 원)에서 오는 2035년 4435억 달러(약 60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이미 인사이트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AI 예측 정비로 생산 중단 시간을 40% 줄일 수 있다는 점 △5세대(5G) 통신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확산 △협동 로봇(코봇) 등장 등이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 제조업의 미래는 인력 고용 확대가 아니라 AI·로봇과의 협업을 전제로 한다”며 장기 투자 기회로 강조했다.
◇ 트럼프 구호와 현실의 괴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당시부터 미국 제조업의 재건을 반복해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 미국 현장에서는 인력난, 자동화 심화, R&D 해외 유출로 제조업 고용 기반은 더욱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치적 구호와 달리 제조업 부흥은 단순한 보호무역이나 보조금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재교육·R&D 투자와 함께 자동화 시대에 맞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